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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지재권 단속 쇼잉, 또 시작됐다

베트남 정부가 다시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달 내내 전국 단위 단속 캠페인을 진행하고, 이후에도 지재권 침해에 지속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저작권 침해와 위조 상품 유통을 ‘예외 없이’ 처리하겠다는 메시지도 나왔다. 여기에 한국 정부와도 저작권 보호 협력을 논의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베트남이 지재권 보호 체계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처럼 보인다.

(관련 내용: 베트남 정부, 지재권 침해 전국 단속 캠페인 실시… 이달 내내 ‘예외 없이’ 대응)

그러나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베트남에서는 특정 이슈가 국제사회나 주요 교역국의 압박을 받을 때마다 ‘강력 단속’, ‘엄정 대응’, ‘전국 캠페인’이라는 표현과 대응이 반복돼 왔다. 부패 척결도 그랬고, 환경 단속도 그랬으며, 불법 유통과 위조품 단속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캠페인을 실시했는지가 아니라, 그 이후 시장에 변화가 생겼는지, 실제로 바뀌었느냐다.

이번 지재권 단속 강화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2026년 스페셜 301조 보고서(2026 Special 301 Report)’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USTR은 보고서에서 베트남을 유일한 ‘우선국’으로 지정했다. 우선국 지정은 2013년 우크라이나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미국이 베트남의 지재권 보호와 집행 수준을 단순한 우려 단계가 아니라, 실제 조사와 통상 조치 가능성을 열어두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압박 앞에서 반복되는 ‘강력 단속’

USTR이 지적한 문제는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온라인 해적판 단속 집행 부족 ▲광범위한 위조품 문제 ▲국경 관리의 허점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케이블·위성 신호 도용 등 전방위적이다. 이는 단속 인력을 며칠 더 투입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베트남 정부의 첫 반응은 다시 ‘캠페인’이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줄곧 부르짖어 온 ‘부패 척결’ 구호와 닮았다. 베트남은 오랫동안 부패 척결을 국가 핵심 과제로 제시해 왔다. 고위 공직자 수사와 처벌도 이어졌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인허가 불확실성, 비공식 비용, 행정 지연, 로컬 네트워크 의존 문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메시지는 강했지만, 시스템 변화는 제한적이었다는 뜻이다. 정부의 역점 사업인 롱탄국제공항 건설에서도 비리 문제가 터져 체면을 구겼고,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하는 공사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재권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 단속 발표는 강렬하고, 몇몇 사례는 공개되며, 국제사회에는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이 또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이는 집행이 아니라 쇼잉(showing)이다. 불법 콘텐츠 사이트가 이름만 바꿔 다시 운영되고, 위조 상품 판매자가 계정만 바꿔 재등장하며, 지방 시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조품이 계속 유통된다면 단속 캠페인은 통상 압박을 피하기 위한 이벤트일 뿐이다.

기업이 보는 것은 권리 보호의 성과

기업에 중요한 것은 정부가 몇 명을 적발했는지가 아니라, 권리가 실제로 보호되는지다. 콘텐츠 기업은 불법 스트리밍 차단 속도를 보고, 게임사는 무단 복제와 사설 서버 대응 수준을 본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불법 사용 단속과 손해배상 가능성을, 소비재 기업은 위조 상품이 얼마나 빨리 회수되고, 판매자가 실제 처벌되는지를 살핀다. 제조 기업도 상표 도용, 부품 위조, 병행 유통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베트남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계속 누리려면 지재권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 과거에는 저임금, 빠른 생산, 우호적 투자 환경만으로도 외국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베트남이 유치하려는 산업은 사뭇 다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디지털 콘텐츠, 전자상거래, 첨단 제조는 모두 무형 자산과 데이터, 기술 보호를 전제로 한다. 지재권 보호가 불안정한 시장에는 핵심 기술과 콘텐츠가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제대로 작동하는 제도가 중요

베트남에 의지가 있다면 더 구체적이고 강력한 집행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신고 포상금 제도다. 베트남은 이미 교통 법규 집행에서 유사한 경험이 있다. 2025년 1월 시행된 시행령에 따라, 교통 위반 정보를 제공한 개인·단체에는 실제 부과된 과태료의 최대 10%, 건당 최대 500만 동(VND)까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 제도가 시행된 뒤 베트남 거리에서는 위반 장면을 촬영해 신고하려는 시민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포상금 제도가 시민 신고를 촉진했고 그 결과 거리 곳곳에서 카메라를 든 신고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지금은 다소 시들해진 듯 보인다. 최근 방문한 하노이와 호찌민 도로에서는 여느 때처럼 교통위반이 일상화돼 있었다. 최근 동나이에서는 차가 밀리는 상황에서도 중앙선, 그것도 점선이 아닌 실선을 넘어 여유롭게 유턴하는 택시를 경험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 현장에서 — 동나이를 떠나며)

어쨌든 지재권 분야에서도 유사한 발상을 검토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지재권 침해는 정부 단속 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온라인 불법 콘텐츠, 위조 상품, 상표 도용,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은 플랫폼과 시장 곳곳에 흩어져 있다. 단속기관보다 권리자, 소비자, 업계 종사자, 플랫폼 이용자가 침해 사례를 더 빨리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침해 사례를 신고하고, 검증된 신고가 행정처분이나 형사 조치로 연결될 경우 일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남용 가능성은 있다. 경쟁사를 겨냥한 허위 신고, 악의적 신고, 과잉 신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명확한 증거 기준, 반복 신고자 검증, 권리자 확인 절차, 플랫폼 협조 체계, 개인정보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여러 공익 침해 영역에서 신고 포상금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베트남이 진정으로 지재권 보호를 산업 경쟁력의 문제로 여긴다면 단속 공무원 중심의 캠페인보다 훨씬 촘촘한 사회적 감시망을 고민해야 한다.

의지와 지속성의 문제

핵심은 수단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의지와 지속성의 문제다. 정밀한 신고 체계가 실제로 작동해 지재권 침해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베트남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이미 충분하다. 문제는 그 수단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단기 대응으로 쓸 것인지, 아니면 시장 규칙을 실제로 바꾸는 제도로 만들 것인지다.

부패 척결도, 지재권 보호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베트남은 시스템을 바꿀 의지가 있는가, 아니면 또 한 번 강력한 구호와 단속 사진으로 시간을 벌기를 원하는가.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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