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부터 5월 2일까지 이어진 이번 베트남 남부 방문 기간 중 동나이(Đồng Nai)에 머문 시간은 이틀에 불과하다. 그 짧은 시간에 동나이를 제대로 알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직접 와서 한 번 둘러본 것과 데이터로만 확인하는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이번 방문에서 본 것은 비엔호아(Biên Hòa) 중심부, 아마타 비엔호아, 비엔호아 1 산업단지 주변, 호나이(Hố Nai)와 송마이(Sông Mây) 방향의 제조벨트 일부에 그친다. 롱탄(Long Thành)과 연짝(Nhơn Trạch), 항만·공항 배후까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어서 동나이 전체라기보다 ‘비엔호아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산업도시’를 둘러본 1차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동나이성은 메가시티 호찌민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주변 축이다. 특히 2025년 행정구역 조정으로 빈프억(Bình Phước)을 통합하면서 면적은 두 배 이상 늘어 12,700km²를 넘는다. 강원도 면적의 약 75% 수준이다. 인구는 통합 전 310만 명 전후에서 통합 후 430만~450만 명대로 1.4배가량 늘었다.
호찌민 후방 산업도시, 동나이
동나이 성도인 비엔호아를 중심으로 최근 신공항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면서 급부상하는 롱탄, 신규 산업도시 연짝 등이 핵심 지역이다.
동나이에는 50개 이상의 산업단지가 몰려 있다. 이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부 지역 산업과 물류의 한 축으로 기능하는 동나이를 조금 더 가깝게 들여다보는 작업은 ‘리로케이션 2.0’ 매거진을 통해 하나씩 살펴볼 생각이다.
그에 앞서 이번 동나이 방문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장면을 공유하면 어떤 숫자나 데이터 이면의 현실을 조금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낮보다 화려한 동나이의 저녁
5월 1일 동나이를 떠나기 전날 저녁, 비엔호아의 거리는 낮보다 활기찬 모습이었다. 연휴 기간이어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낮에 보았던 낡은 생활 인프라, 정돈되지 않은 도로, 오래된 상가와 주거지의 인상과 달리 저녁의 거리는 꽤 활기 있었다. 간판 불빛은 화려했고, 오토바이와 택시, 소형 상점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도시의 생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틀 동안 동나이에 머물며 가장 선명하게 느낀 것은 동나이 산업단지가 별도의 고립된 생산기지가 아니라 생활 기반과 매우 가까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비엔호아, 호나이, 송마이 일대의 산업지대는 도시 외곽에 따로 떨어져 있다기보다 기존 주거지와 상권, 종교시설, 교통축 사이에 끼어 있는 듯했다. 이는 동나이가 오랜 시간 지역경제를 떠받쳐 온 생활형 산업권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도시 정비의 속도는 빠르다고 보기 어렵다. 산업단지가 많고 기업 활동도 이어지고 있지만, 도시 인프라의 세련도나 생활환경의 정비 수준은 그에 비해 더디다. 대형 개발지처럼 한 번에 정돈된 공간이 아니라 공장·상가·주거·도로가 오랜 시간 겹겹이 쌓이며 형성된 도시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동나이는 ‘새로운 성장 거점’이라기보다 ‘이미 오래 작동해 온 제조 기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엔호아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성당과 교회가 많은 거리였다. 베트남 남부의 다른 산업지역에서도 종교시설은 볼 수 있지만, 동나이 일부 구간에서는 유독 눈에 자주 들어왔다. 이는 이 지역의 생활공동체가 단순히 공장 노동력 공급지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종교·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뿌리내린 생활권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교통 질서에서 엿보는 동나이의 현주소
동나이에서 겪은 당혹스러운 장면은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나왔다. 시내 쇼핑몰에서 택시를 탔는데,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유턴했다. 베트남에서 처음 본 장면은 아니지만, 늘 익숙해지기는 어렵다. 도로의 이용 규칙과 실제 운전 관행 사이의 간극은 동나이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산업과 생활은 활발하지만 도시 운영 시스템과 도로 이용 관행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또 이번에 머물었던 비엔호아 호텔 주변 주택가를 걸어보면, 대저택이 보이는 조용한 고급 주거지와 대형 가라오케·시간제 모텔이 갑자기 맞붙어 있는 장면이 나온다. 정돈된 생활권과 비공식적 유흥 소비가 한 공간 안에 섞여 있는 모습은 동나이 도시화의 부조화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동나이를 떠나며 든 생각은, 이곳이 미래형 산업도시라기보다 이미 오래전부터 베트남 남부 제조업을 지탱해 온 ‘생활 밀착형 산업도시’라는 점이다. 한국 기업이 동나이를 볼 때도 단순히 임대료나 공장 부지만 볼 것이 아니라, 이 지역의 생활 기반, 노동력 정착성, 낡은 인프라, 교통 관행, 지역 공동체의 밀도를 함께 읽어야 한다.

동나이의 경쟁력은 새로움이 아니라 축적에 있다. 오래된 제조 기반, 정착된 노동시장, 생활권 가까이 붙은 산업단지, 호찌민시와 가까운 거리, 그리고 앞으로 열릴 롱탄공항이라는 미래 인프라가 겹쳐 있다. 반대로 한계도 동일한 장면에서 나온다. 낡은 도로, 혼재된 토지 이용, 느린 도시 정비, 생활 인프라의 격차가 제조도시 동나이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다.
탄손넛 공항으로 향하면서 베트남 정부가 줄기차게 공사 일정을 독려하고 ‘부패 방지’를 유독 강조하는 롱탄공항의 건설 현장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곧 다시 찾을 동나이를 뒤로하며, 탄손녓(Tân Sơn Nhất) 공항에서.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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