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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베트남 직원 9만 명,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된다

‘반도체’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덕분에 한국 시장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덕분에 코스피는 2026년 5월 26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8000 고지’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자나 직원뿐만 아니라, 심지어 공장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덩달아 상승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들 회사 직원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에는 이들 기업의 성과급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SK하이닉스가 먼저 나섰고, 삼성전자가 뒤를 이었다. 그 규모는 한국 기업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은 ‘노노 갈등’을 유발하고 있기도 하다. 막대한 성과급을 받게 되는 반도체 메모리 부문 직원들과 그렇지 못한 스마트폰·가전 등 비반도체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 반발과 갈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성과급, 본사만의 몫인가

더 나아가 이 문제는 글로벌 생산기지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곳은 베트남이다.

삼성의 스마트폰 생산에서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베트남 직원들도 성과급 문제를 남의 일처럼 여길 일이 아니다. 베트남은 삼성의 핵심 생산기지다. 삼성의 박닌·타이응우옌 스마트폰 공장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삼성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소재 4개 주요 자회사인 삼성전자베트남타이응우옌(SEVT), 삼성전자베트남(SEV), 삼성디스플레이베트남(SDV), 삼성전자호찌민시CE복합단지(SEHC)는 2026년 1분기 총매출 17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베트남타이응우옌은 12조9,400억 원, 미화 85억4,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20% 늘어난 수치다. 이익은 1조700억 원, 미화 7억388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6% 증가했다. 이 수치는 전 세계 삼성 자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삼성 스마트폰의 절반을 생산하는 주역들의 목소리는?

한국 본사에서는 반도체 부문과 비반도체 부문이 성과 배분을 놓고 치열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직원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본사에는 노조 간 갈등이 있고, 법적 절차가 있고, 투표와 공개적인 논쟁도 있다. 그런데 베트남 직원들은 조용하다.

성과가 있을 때는 침묵하고, 위기가 닥쳤을 때는 고통을 분담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베트남 노동자들은 스스로를 삼성의 동료가 아닌 주변부에 머물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용한 것이 항상 미덕은 아니다.

물론 베트남 직원들이 한국 반도체 직원과 동일한 성과급을 요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업부도 다르고, 임금 체계도 다르며, 각국의 고용 조건도 다르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이 ‘말할 자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삼성베트남 직원들이 요구해야 할 것은 무리한 동일 보상이 아니라 ‘성과 배분 기준의 투명성’이다. 베트남 법인과 베트남 생산기지가 본사 보상 체계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삼성은 2025년 기준 베트남에서 9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 갤럭시’를 생산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리스크를 온몸으로 감당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성과급 논의가 한국 본사와 일부 사업부 중심으로만 그친다면, 베트남 직원들의 존재감은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이제 베트남에서도 제 목소리를 낼 때

이제 베트남 생산기지 직원들도 성과 배분을 말할 때다.

이 문제는 반삼성 정서가 아니다. 오히려 삼성베트남이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한 문제 제기다. 좋은 기업은 위기 때만 직원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생산라인의 노동자, 엔지니어, 품질관리 인력, 물류·지원 인력 모두가 성과를 나눌 자격이 있다. 이들이 침묵하면 성과는 위로만 올라가고, 부담은 아래로만 내려온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취급된다’는 말은 거칠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삼성베트남 직원들에게 필요한 문제의식은 바로 이것이다. 조용히 일만 하면 알아서 챙겨줄 것이라는 믿음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글로벌 기업의 성과 배분은 선의가 아니라 구조에 바탕을 둔다. 그 구조 안에 목소리가 없으면 권리도 없다.

기업의 성과는 숫자로 드러난다. 그러나 그 숫자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삼성베트남 9만 명의 직원이 계속 침묵한다면, 그들은 스스로 글로벌 삼성의 주역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는 정당하게 말해야 한다. 베트남 직원들도 성과의 당사자이자 주인공이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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