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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코쿤의 ‘자연의 힘’과 고루한 ‘K-뷰티’를 지탱하는 바우처의 차이

베트남 뷰티 시장에서는 최근 현지 브랜드 한 곳이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코쿤(Cocoon)이다.

시장조사 업체 큐앤미(Q&Me)에 따르면, 2025년 5월부터 2026년 5월까지의 쇼피(Shopee) 뷰티 부문 매출 집계에서 코쿤은 원화 환산 약 590억 원의 매출로, 약 595억 원을 기록한 로레알 파리(L’Oréal Paris)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코쿤과 코멤(Cỏ Mềm) 등 두 곳의 베트남 브랜드가 포함됐다. 한국 브랜드로는 달바(D’Alba)와 3CE가 각각 4위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쿤의 매출은 달바와 3CE의 매출을 합산한 금액보다도 많았다.

쇼피가 베트남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이지만, 베트남 뷰티 시장이 아직 오프라인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결과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함께 작동하는 옴니채널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중심 구조는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 업체 데잔 시라 앤 어소시에이츠(Dezan Shira & Associate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베트남 화장품 시장 매출 비중은 오프라인 81.5%, 온라인 18.5%다. 2030년에는 오프라인 80.1%, 온라인 19.9%로 예측된다.

실제로 2024년 기준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국가·지역별 점유율에서는 한국 브랜드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국 브랜드는 30%를 차지했고, 유럽 브랜드가 23%, 일본 브랜드가 17%, 태국 브랜드가 13%, 미국 브랜드가 10%를 기록했다. 베트남 현지 브랜드의 점유율은 7%에 그쳤다.

코쿤의 힘

2024년만 해도 점유율 7%에 불과했던 베트남 브랜드가 2026년 현재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는 아직 정확한 통계로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쇼피의 최근 매출 집계는 오프라인 시장 흐름까지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 브랜드의 지배를 흔드는 ‘코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큐앤미는 소비자가 코쿤을 선택하는 이유로 천연·비건 성분을 꼽았다. 안전성이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주목할 점은 연꽃이나 베트남산 커피 같은 현지 원료를 향한 신뢰다. 소비자들은 광고나 유명인(KOL) 마케팅보다 가족과 실제 사용자의 추천을 더 중요하게 봤다. 수입 브랜드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누리는 가격 대비 가치도 한몫한다.

베트남 뷰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급 원료 마케팅, KOL 중심 홍보, 수입 브랜드가 무조건 우수하다는 인식을 향한 거부감이 빠르게 싹트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K-뷰티의 외형

K-뷰티는 지금 베트남에서 성공하고 있는가. 겉으로 보면 이견이 크지 않다. 한국 화장품은 베트남 시장에서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뷰티 전시회에는 한국 브랜드가 줄지어 나오고, 수출 상담회와 바이어 매칭 행사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K-뷰티 브랜드가 베트남에서 거둔 성과는 시장에서 이긴 결과가 아니라 정부 지원금으로 만든 외형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바우처, 전시회 지원, 샘플 배포, 단기 프로모션, 인플루언서 체험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예쁜 숫자’는 만들어진다. 상담 건수와 바이어 미팅 실적이 쌓이고, 홍보용 사진도 남는다.

그러나 그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반복 구매가 있는가. 현지 유통망에 안착했는가. 베트남 소비자가 브랜드 이름을 기억하는가. 가격 할인 없이 팔리는가. 정부 지원금이 끊겨도 마케팅을 지속할 수 있는가.

K-뷰티 브랜드는 세금으로 만든 노출을 시장 성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바우처로 만든 전시 부스는 브랜드 자산이 아니다. 지원금으로 배포한 샘플이 소비자 충성도로 이어진다고 맹신해서는 곤란하다.

K-뷰티’라는 간판

이제 베트남 소비자는 더 이상 한국 화장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베트남 소비자는 성분을 보고, 가격을 확인한다. 추천을 받고 리뷰를 본다. K-뷰티라는 간판은 아직 유효하지만, 그것만으로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

코쿤은 베트남 뷰티 브랜드의 성장이자, K-뷰티에 보내는 경고장이다. 언제까지 고루한 ‘K-뷰티’라는 우산 아래 정부 바우처와 국민 세금에 기대어 버틸 것인가. 이제라도 베트남 소비자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다시 시작할 때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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