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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손녓 국제공항 도착홀에는 이미 종료된 박람회 광고도 붙어 있다. | 출처: VietBiz Korea. 2026. 4.

현장에서 – 뭔가 급한 태광부터 리더십의 효성까지… 탄손녓 공항 마케팅 열전

지난 4월 21일 오후, 호찌민 탄손녓(Tan Son Nhat) 공항 국제선 입국장은 여느 때처럼 한국 기업들의 대형 광고가 제각기 메시지를 내뿜고 있었다.

광고 공간이 한정적이어서 그런지 그 수는 많지 않았다. 어쩌면 광고주의 수가 적을 수도 있겠지만 밀려드는 입국자 수를 떠올리면 공항 측에서 ‘한정된 광고주’를 유지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해 4월까지 베트남을 찾은 국제 방문객 수는 880만 명에 육박했고, 그 가운데 720만 명 이상이 항공편을 이용했다. 전체 방문객 수는 14.6% 늘었고, 항공편 이용자 수도 10.1% 증가했다. 호찌민이 베트남의 대표적인 관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곳은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발산할 수 있는 장소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도착홀 상단을 장악한 태광

입국 심사를 마치면 곧바로 눈에 띄는 대형 배너 광고는 가장 상징적인 위치에 있어 장시간 체류하지 않더라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자리에 태광 광고가 붙어 있다. 태광은 신발 제조업체다. B2B 제조업체가 이 자리에 광고를 집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단 최근 태광이 베트남 내에서 소송전에 휘말렸던 점을 고려하면, 이를 염두에 둔 광고가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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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손녓 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상단에 보이는 메인 광고 세트. 태광 광고가 중앙에 있고, 양쪽으로 그랩과 트래블로카가 배치돼 있다. | 출처: VietBiz Korea. 2026. 4.

태광의 광고 메시지는 특정 제품이 아니라 기업 자체의 새로운 포지셔닝에 초점을 맞췄다. 바로 ‘신발에 스며든 디지털 혁신(Footwear Meets Digital Innovation)’이다. 이는 여행 플랫폼인 트래블로카(Traveloka)가 즉각적인 효용과 서비스 통합성을 강조하며, 비교적 직접적인 소비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대비된다.

신한은행은 과거 국내에서 물의를 빚은 모델을 활용한 광고를 공항에 그대로 노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일도 있지만, 꾸준히 공항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공항 광고 집행이 들쭉날쭉해 일관성이 떨어지는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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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심사를 마치고 걸어 나오면서 계단 상단에서 내려다본 도착홀 중심부. 태광 대형 배너 아래로 효성과 신한은행 광고가 이어지며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 출처: VietBiz Korea. 2026. 4.

하단의 제조, 금융, 스마트폰

도착홀 중단 영역에는 보다 실용적인 성격의 광고가 배치돼 있다. 상단 광고판을 주로 활용했던 신한은행과 베트남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효성이 차지하고 있다. 제조 기업이 산업적 존재감을 강조한다면 금융기관은 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로서의 신뢰를 보완한다. 이질적인 산업이지만 이들 광고는 베트남에서 이미 일정 수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확인시키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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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과 효성 광고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 출처: VietBiz Korea. 2026. 4.

수하물 수취 구간은 삼성전자가 맡았다. 이곳은 공항 내 입국 과정에서 가장 긴 체류 시간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다수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고, 동일한 광고가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삼성은 여기서 스마트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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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물 벨트에 배치된 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 삼성전자 스마트폰 광고가 여행객의 시선을 장시간 확보하고 있다. | 출처: VietBiz Korea. 2026. 4.

공항 외부,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효성

공항 외부에는 대형 옥외 광고판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 이곳 메시지의 특징은 단순화에 있다. 대표적으로 효성의 광고는 브랜드명과 간결한 슬로건 외에 별다른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제품 설명, 사업 영역, 구체적 제안은 모두 생략돼 있다.

이는 미니멀리즘이라기보다 매체 특성을 살린 것이다. 차량 이동 중 2~3초 안에 인지돼야 하는 환경에서는 복잡한 메시지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따라서 외부 광고는 ‘설득’이 아니라 ‘각인’에 집중한다. 여기서 광고는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규모와 안정성을 암묵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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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외부 도로변에 설치된 효성 대형 옥외 광고판. 단순한 브랜드 노출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인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 출처: VietBiz Korea. 2026. 4.

또 하나의 특징은 반복 노출 구조다. 동일 기업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광고판을 병행 운영함으로써 공항 진입과 이탈 시 각각 노출을 확보한다. 이는 단일 접촉이 아닌 누적 인지 효과를 노린 설계다.

베트남 시장에서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 기업은 소비자 대상 메시지보다 ‘시장 내 존재감’을 우선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내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한 방법

베트남에서 디지털 채널이 확장되고 있지만 물리적 공간에서의 마케팅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그래서 높은 광고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이를 활용한다. 다만 공항 광고는 단기 성과 측정이 어려운 매체라는 속성상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시장 내 위치를 강화하려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공항 광고, 특히 한국 기업들의 광고는 현재 베트남에서 어떤 기업이 어떤 메시지를 발산하려고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간접적이지만 효과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비엣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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