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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투자 유치에 혈안, 베트남이나 제주도나 매한가지

베트남 산업단지 디벨로퍼들이 일제히 중국을 향해 목을 빼고 있는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6년 3월 창간된 ‘리로케이션 2.0‘ 매거진에서 이미 일부 다뤘고, 4월호에도 계속 전할 내용이지만, 말 그대로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물밀듯이 내려오고 있고 디벨로퍼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심산으로 고객 유치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마케팅 인력 배치를 조정하는 한편 가용 자원도 모두 쏟아붓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언젠가 지적한 바 있는데 지금도 여전하다.

중국의 움직임은 수치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베트남 내 신규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 수에서 중국은 단연 1위였다.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직접투자(FDI)에 의존하는 베트남으로서는 중국의 투자가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없지 않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까닭이다.

더구나 여기서 말하는 중국 자금과 기업의 유입은 단순한 투자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생산기지 확대, 고용 창출, 토지 흡수, 수출 증가라는 눈앞의 실익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미 수출 구조, 원산지 문제, 공급망 우회 논란, 특정 국가 의존 심화라는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당장 산업단지의 분양률과 입주율은 올라갈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경제가 특정 국가의 생산 하청기지로 더 깊이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베트남은 최근 민영기업을 육성하고 국영기업의 효율화를 꾀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이들 기업의 비중이 증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재천명했다. 물론 이는 1~2년 안에 달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앞으로도 상당 기간 FDI 의존 구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돈’을 잡아라… 제주의 선택

중국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제주도가 떠오른다. 제주도는 오는 4월 말 만료될 예정이었던 ‘제주 관광·휴양시설 투자이민제’ 운영 기간을 2027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제주도의 투자이민제는 외국인이 관광·휴양시설에 1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면 거주 자격(F-2)을, 5년간 투자 상태를 유지하면 영주 자격(F-5)을 부여하는 제도로, 지난 2010년 제주에 도입됐다. 제도 명칭은 ‘부동산 투자이민제’에서 바뀌었지만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외국인에게 해당하는 제도이지만, 특히 중국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해외에서도 이 제도가 ‘제주도를 중국인들의 섬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일부 중국인은 수려한 제주도를 선호해 투자하기도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한국에 장기 체류하거나 영주권을 얻을 수 있고, 특히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의료보험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실질적인 동인이라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지금도 넘쳐나는 중국인들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지만, ‘돈’을 위한 제주와 한국의 선택은 바뀌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물론 베트남의 산업단지와 제주도의 투자이민제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나는 제조업과 수출, 고용을 둘러싼 산업정책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관광·부동산·이민 제도가 결합한 지역정책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부 자본을 끌어와 단기적인 활력을 얻으려는 유혹이 강할수록, 해당 자본이 장기적으로 지역과 국가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은 뒤로 밀리기 쉽다.

베트남의 새로운 여정

베트남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의 경제지표를 제시했다. GDP 성장률은 연평균 10% 수준으로,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8.5%로 설정했다. 또한 민간경제 비중을 GDP의 30% 수준까지 높이고, 전체 GDP 기여도는 55~58%, 국가 재정 기여도는 35~4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내놨다. 말 그대로 ‘민간기업 주도의 경제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베트남이 FDI 의존 체제에서 벗어나는 일은 미래를 위해서도 앞당겨야 할 과제다. 따라서 국영기업과 FDI 중심의 구조에서 민간기업 주도의 경제구조로 개편해 나가겠다는 베트남 정부의 방향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다만 정부의 의도와 목표대로 순조로운 여정이 될지는 의문이다. 민간기업 중심 경제는 선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국 민간기업이 커지려면 자본 축적 능력, 기술 내재화, 중간재 공급망, 경영 투명성, 금융 접근성, 인재층, 법·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국영기업의 효율화 역시 어려운 과제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비효율을 줄이는 과정 자체가 기득권 조정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크고 작은 투자가 계속 이어질수록 베트남은 딜레마에 빠질 공산이 크다. 내부적으로는 자국 기업 육성의 시급성이 커지고, 외부적으로는 미국 등 주요 시장으로부터 공급망 우회기지로 비칠 위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트남의 새로운 여정은 복합적인 난제 속에서 시작되는 모양새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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