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럼(Tô Lâm) 공산당 서기장이 베트남 권력을 부여잡았을 때, 정확히는 응우옌 푸 쫑(Nguyễn Phú Trọng) 전 공산당 서기장의 건강 악화로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 2024년 7월부터 세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공안 출신으로 강경한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의 성향이 특히 외국 기업에 불리한 경제 환경을 만들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기우였다고 판단된다. 특히 지난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전 세계에 투하했을 때, 가장 신속하게 협상에 나서는 민첩성과 과감한 판단력을 보이며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2025년 베트남에 실제로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 5년 동안 최고 수준인 280억 달러(약 4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은 앞으로 베트남 제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 2030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하는 데 발판이 될 것으로 베트남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 성적표는 양호했다. 베트남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02%로, 2011~2025년 기간 중 2022년(8.1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기관들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낙관적으로는 8%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체로는 6~7%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두 자릿수로 내걸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총수출 성장률을 지난해에 비해 15~16% 상향 달성하겠다며 각 부처·부문·지방정부·기업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베트남 성장률, 미국에 달렸다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좌우할 큰 변수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이 지난해 맺은 ‘20% 상호 관세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전문가들이나 베트남 정부의 기대와 전망이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자칫 관세율이 치솟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첫째는 베트남-미국 간 무역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이다. 이에 상응하는 다른 조건, 이를테면 대량 구매나 투자가 뒤따를 수 있다. 둘째는 중국산 환적과 관련한 지속적인 대응 의지를 계속 확인하려는 움직임이다. 셋째, 미국 내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는 일이다.
따라서 베트남으로서는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됐다. 양국은 지난해 ‘상호무역협정 프레임워크 합의’를 도출했지만, 이달 6차 무역 협상까지 진행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세부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뗏에 미국 찾은 또 럼
베트남 최대 명절, 뗏(Tết) 연휴는 올해 14일부터 시작해 23일까지 열흘 동안 이어진다. 모두가 고향을 찾아 서로 정을 나누며 즐기는 시간으로, 일반 기업은 물론 공공 서비스도 사실상 휴식에 들어간다. 이 기간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은 미국을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출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하노이를 출발했다. 외견상 가자(Gaza) 지역의 평화 증진과 재건 지원을 목표로 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베트남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다양하고 굵직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다.
베트남 항공사 3곳(베트남항공, 선푸꾸옥항공, 비엣젯)은 미국 보잉 항공기 96대를 비롯해 370억 달러(약 53조5200억원) 규모의 항공기·엔진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스페이스엑스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허가하며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 정책에 위법 판결을 내리고,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꺼지지 않는 정치적 불안 요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은 1월 열린 베트남 공산당 제14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재신임되면서 앞으로 5년간 당과 국가의 방향을 이끌게 됐다. 이와 함께 정치 시스템이 변화할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베트남의 정치·국가 권력은 전통적으로 4개 핵심 직책(공산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구조지만, 이번에 ‘서기국 상임위원(Standing Member of the Secretariat)’이 추가되면서 ‘5대 리더 그룹’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 시스템의 변화는 그동안 유지돼 온 균형 체제 대신 권력 집중이 시작되는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국가주석을 겸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러한 정치 시스템 변화는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외국 기업에 민감한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안정성이 가장 큰 자산이었던 베트남이 시험대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잠재적 폭탄은 ‘미국 관세’보다 더 치명적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정부를 이끌 지도자들이 선출될 국회 첫 회기(4월~5월 초)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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