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사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9월 1일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공지한 후, 18일에는 일부 회원 개인신용정보 유출을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롯데카드 측은 개인정보 유출이 외부 시스템 침입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7월 22일부터 8월 27일까지 한 달여 동안 롯데카드로 온라인 결제를 진행한 회원 중 일부의 결제 관련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현재까지 이번 침해 사고로 인한 부정 사용 사례는 발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사업 현황
롯데카드는 2018년 베트남 현지 소비자 금융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를 인수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본격적인 사업 단계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부진을 겪었지만, 빠르게 회복했다. 여기에 지난해 롯데카드는 베트남 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에 6,800만 달러(약 937억원) 증자하며 외형을 키웠다.
‘베트남의 쿠팡’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업체 ‘티키’, 베트남 3위 전자지갑 사업자인 ‘잘로페이(Zalopay)’ 등과 제휴하는 한편,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협력도 빠르게 강화했다. 롯데몰,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롯데 베트남 PLCC’ 카드도 출시했다.
여기에 베트남 공무원과 고소득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판매를 확대하고, 자동차 금융 지원 상품인 ‘카론(Car Loan)’ 상품도 공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롯데 파이낸스는 지난해 소폭의 흑자로 전환했고, 올해는 순이익 폭을 늘릴 것으로 기대해 왔다.
괜찮을까? 베트남 사업
베트남 내 롯데카드 이용자의 정보도 유출되었지는 불명확하다. 이에 관해서는 롯데카드가 밝힌 바 없다. 그럼에도 이번 정보 유출 사고는 롯데카드의 베트남 비즈니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브랜드 신뢰도 훼손이다. 베트남 소비자도 뉴스 매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롯데카드 = 보안 취약’이라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 특히 금융 사업자에게 이러한 신뢰 훼손은 치명적이다. 이는 곧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이 고객을 유지하고 새롭게 확보하는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베트남 금융 당국의 감독 강화 가능성도 크다. 당국이 유사한 사고 재발을 우려해 대비책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롯데카드의 정보 유출 사고가 베트남 금융 규제의 모범사례처럼 인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보호법, 금융정보 보안 규제, 정보기술 시스템 감사 요구 등이 더욱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추가 비용, 투자, 인력 보강 등의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으며, 장기간 ‘뚫린 금융 사업자’라는 멍에를 지고 사업을 수행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시장 경쟁력도 약화도 자명하다. 베트남 내 경쟁사들이 이번 사건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가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극복하고 고객을 안심시키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베트남 사업에 미칠 영향은?
‘롯데카드 해킹 사건’은 법적으로 롯데그룹의 이슈가 아니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의 브랜드명인 ‘롯데’를 사용하고 있지만, 롯데그룹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2017년 지주사로 전환한 뒤, 롯데카드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기존 브랜드명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동일 브랜드’ 전략으로 인해 롯데그룹은 베트남 내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베트남에서 ▲유통·소매 (마트·슈퍼·백화점) ▲쇼핑몰·복합시설·부동산 프로젝트 ▲소비금융·파이낸스 ▲호텔·숙박·주거 서비스 ▲물류 인프라·공급망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비자 접점 업종에서는 평판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 또한 최근 롯데그룹이 호찌민에서 ‘에코스마트시티’ 사업권을 반납한 것과도 맞물려, 부동산·도시개발 사업에서 신뢰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롯데=리스크 증가’라는 공식으로 이어질 경우, 단기간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롯데카드 정보 유출 사건이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되느냐에 따라 봉합의 길로 갈지, 더 깊은 위기로 빠질지가 결정될 분수령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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