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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시간, 아직도 1,064일 남았다

최근 세계 경제의 가장 불확실한 요인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마가(MAGA),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생사의 갈림길을 넘어 대통령직에 다시 오른 트럼프. 트럼프 자신과 그 가족,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에게는 말 그대로 ‘제 세상’이 열렸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과 국가, 지역에는 고통스러울 정도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미국, 믿기 어려운 대상으로 전락 중

얼마 전 미국 매체 폴리티코와 영국 여론조사기관 퍼블릭퍼스트가 공동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캐나다·독일·영국·프랑스 국민들은 ‘미국보다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만289명이 응답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국가별로 캐나다 57%, 영국 42%, 독일 40%, 프랑스 34%의 응답자가 의존할 국가로 미국보다 중국을 택했다. 미국을 택한 비율은 각각 23%, 34%, 24%, 25%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시장은 안정성을 추구하고, 국가들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 의존한다”고 꼬집었다.

‘한 손에 칼 든’ 미국과 예측 가능성

미국이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데 이바지한 역할은 지대하다. 또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 안보, 금융, 통상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 ‘미국 없는 세계 질서’를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안 마련’, ‘자력 생존’이라는 인식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핵심은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미국이 전통적인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일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발한 ‘이란 전쟁’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지원을 요구했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모습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럼에도 ‘한 손에 칼을 든’ 트럼프의 강권에 따라 우리나라와 일본 등이 이 문제에 줄줄이 끌려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관세’를 무기 삼아 사실상 강압적으로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 낸 것과 마찬가지다.

베트남은 중국과 더 가깝게

베트남에게 미국은 고도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그래서 미국은 베트남과 베트남 경제에 중요한 존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전 세계를 향해 무차별 관세를 부과했을 때, 가장 먼저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국가 가운데 하나가 베트남이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베트남은 지난해에도 괄목할 만한 대미 수출 성과를 거뒀고, 8%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미국이 짓누르려 하는 것은 사실 베트남이 아니라 중국이다. 때문에 차이나 플러스 원(China+1) 현상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베트남은 가장 큰 수혜를 본 국가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베트남을 경유하는 중국산 제품의 환적을 문제 삼으며 베트남을 옥죄고 있다.

그러자 중국의 많은 기업은 아예 베트남으로 이동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규모가 아닌 중소 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로케이션 2.0 창간호 참고)

이에 화답하듯 베트남은 중국과의 공급망을 보다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인프라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에게 미국은 돈을 버는 시장이고, 중국은 그 돈을 벌기 위해 끊을 수 없는 공급망 파트너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트럼프의 압박은 이러한 구조를 해체하기보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하노이에서 ‘베트남·중국 3+3 회담’을 열면서 양국 관계를 경제 협력을 넘어 외교·국방·치안까지 아우르는 전략 협력 단계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9년 1월 20일을 기다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9년 1월 20일 정오까지다. 2026년 2월 21일 기준 잔여 임기 일수는 1,064일이다.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2025년 1월 20일에 시작됐고, 미국 수정헌법 제20조에 따라 대통령 임기는 2029년 1월 20일 정오에 종료된다.

그때는 세계가 지금보다 조금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마치 대통령 하나가 바뀌면서 크게 달라지고 있는 한국처럼.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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