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산업단지는 그 가치와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 산업단지는 해외에서 베트남으로 ‘돈’이 유입되는 대표적인 통로다. 최근 수년 동안 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은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 심정으로 시장 친화적인 정책 등을 내놓으며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은 대표적인 투자 국가 중 하나다.
산업단지 방문 경험 … 사시사철 둘러볼 필요도
2025년 8월 발간된 『베트남 산업단지·기성공장 가이드북』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현재 운영 중인 산업단지 수는 435곳이며, 확장되거나 신규로 조성될 곳까지 합하면 최대 1,050곳에 이른다. 특화된 소규모 산업 클러스터는 더 촘촘하다. 현재 493곳이지만 최대 2,069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들 모두가 입주 기업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 아니, 그들이 내세웠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고 있을까?
지난 여름 베트남 중부 지역 응에안에 있는 산업단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굳이 응에안까지 가게 된 사연이나 흥옌, 롱안 등 다른 여러 산업단지를 찾게 된 일은 구구절절하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베트남 북부, 중부, 남부를 아우르며 주마간산 격으로나마 베트남 산업단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 ‘베트남 비즈니스’를 여러 각도로 바라볼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 물론 그에 따른 수업료는 만만치 않았다.
응예안의 산업단지는 꽤 큰 규모의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고, 기업들의 입주 비율도 상당하다고 전해 들었다. 방문했을 때는 마침 비가 내렸는데, 그다지 많은 양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내 도로에는 물이 흥건히 고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해당 산업단지에는 한국 기업도 한 곳 입주해 있었는데, 이 기업은 입주 전에 시설적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산업단지·기성공장 개발 사업자 중 일부는 실제 가동되는 면적보다 훨씬 넓은 토지를 보유하거나 곧 착공할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에 가 보면 토지 정리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이번에 흥옌에서 본 산업 클러스터 역시 홍보와 달리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입주 기업을 유치해서 지역 토지 보상금을 마련하는 곳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이 정도면 과장이나 허풍을 넘어 사기 수준이다.
정보기술 분야도 기대와 현실 엇갈리기도
베트남 정보기술 역량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크게 의존하고 있다. 베트남의 개발 인력은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으며, 상당히 경쟁력 있는 임금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베트남 기업들은 직접 한국에 진출해 직접 한국 고객 기업을 발굴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중에는 ‘인공지능 역량’,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아웃소싱 개발자 중심이거나 핵심 기술이 여전히 해외 솔루션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기대가 어긋나면서 ‘뒷통수를 맞았다’, ‘프로젝트 완성도가 떨어진다’, ‘계속 임금만 올려 달라고 한다’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문화적 차이도 이해 필요
베트남 비즈니스에 익숙한 이들은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오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베트남 비즈니스 현장에서 흔히 보이는 특징 중 하나가 ‘허풍’ 문화다. 이는 투자 유치, 파트너십 협상, 시장 신뢰 확보 과정에서 자신을 실제보다 크게 포장하려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이는 개인이나 조직을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베트남과의 비즈니스에서는 반드시 ‘올바른 해석’이 필요하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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