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생명처럼 여기는 은행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 베트남우리은행 현장에서 확인됐다. 사소한 오류라고 넘기기에는, 그 안에 드러난 현장 운영의 안일함이 결코 가볍지 않다.
28일 호찌민에 있는 베트남우리은행 모 지점을 업무차 방문했다. 대기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은 대기표에 찍힌 시간이었다. 대기표에는 2026년 4월 28일 08시 25분이 출력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발급 시점은 베트남 현지 시간 기준 10시 25분 전후였다. 사진은 약 10분 뒤인 10시 35분에 촬영됐다. 즉, 대기표 발급기의 시간은 현지 시간보다 정확히 2시간 느리게 설정돼 있었던 것이다.

이는 단순한 초·분 단위 오차가 아니다. 장비의 시계가 조금씩 밀린 것이 아니라, 기준 시간이 아예 잘못 설정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의미다. 원인이 타임존 설정 오류인지, 장비 초기 설정 문제인지, 내부 시간 동기화 미적용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고객에게 발급되는 대기표의 시간이 실제와 다르게 표시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장 관리가 허술하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대기표 발급기가 은행의 핵심 전산망이나 계정계 시스템은 아니다. 시간 표시가 틀렸다고 해서 예금, 송금, 대출 업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이라는 업종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은행은 숫자, 시간, 기록, 절차의 정확성이 생명인 조직이다. 고객이 받은 대기표 하나에도 발급 시각이 찍힌다. 그 시각은 고객 응대 순서, 대기 시간, 민원 발생 시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운영 기록이다.

더 큰 문제는 오류 그 자체보다, 이 오류가 현장에서 바로잡히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수많은 고객이 드나들고 직원들이 매일 사용하는 영업점에서 누구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발견하고도 수정하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굳이 은행 측에 알리지 않았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직원들이 알아차렸어야 한다. 대기표는 고객이 은행과 처음 접촉하는 운영 시스템이다. 그 첫 접점에서조차 시간이 틀려 있다면, 보이지 않는 내부 프로세스는 과연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은 1997년 하노이 지점을 개설하며 베트남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한국 기업, 교민,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망을 확대해 왔다. 베트남은 한국 금융사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해외 시장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시장 여건이 양호하다고 해서 운영의 완성도까지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계 고객 기반이 탄탄한 시장일수록 은행이 긴장감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고객 응대가 느슨해지고, 현장 관리는 형식화되며, 작은 오류가 반복적으로 방치될 수 있다.

이번 대기표 시간 오류는 사소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오류는 조직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특히 은행에서 시간과 숫자의 오류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고객이 보는 앞에서 드러난 기본 설정 하나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베트남우리은행의 현지 운영 수준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마침 기업은행이 9년의 기다림 끝에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 본인가를 취득하고 오는 10월 베트남에서 영업을 시작한다. 우리은행이 조금 더 긴장해야 할 이유가 늘었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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