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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트럼프의 레임덕을 고대하며

‘수인(囚人)’ 윤석열은 한국 정치가 얼마나 허약한지, 그리고 정치 지도자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사례다.

준비도 되지 않은 채 권력욕에만 사로잡힌 그는 국가 운영보다 권력 행사에만 몰두했고, 반대 세력과 다른 의견을 민주주의의 일부가 아니라 제압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했다. 그 결과 한국 사회는 더욱 갈라졌고, 제도의 신뢰는 흔들렸다. 잘못 선출한 지도자 한 명이 공동체 전체를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크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우리가 목격하고 경험한 기간은 그의 취임일인 2022년 5월 10일부터 파면일인 2025년 4월 4일까지 1,061일이었다.

어둠을 헤치고 나오니 따뜻한 햇살도 잠시였다. 이제 우리는 더 큰 세상에서, 더 파괴적인 ‘괴물’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마주하고 있다.

‘윤석열 천하’가 한국에 국한된 문제였다면, 더 괴팍하고 폭력적인 ‘트럼프’라는 괴물은 세계 최강국의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방식과 규모 모두 상식을 초월하며, 그 영향 또한 지대하다. 문제는 미국의 45대이자 47대 대통령인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2025년 1월에 시작돼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세계 질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지도자가 장기간 권력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의 윤석열’과는 차원이 다르다.

윤석열과 트럼프의 공통점

윤석열과 트럼프의 공통점은 둘 다 권력을 공적 책임의 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무대로 삼고 있다는 데 있다. 둘 다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를 펴고, 반대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는 태도 또한 유사하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절차와 견제, 타협과 균형을 외면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국정은 문제 해결의 장이 아니라 충성 경쟁의 장으로 바뀌고, 정치는 공공의 영역이 아니라 지도자 개인의 전장이 된다.

차이는 영향과 파괴의 범위다. 윤석열은 한국 내부의 비극이었다. 물론 이 역시 우리에게는 충분히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경우, 그의 충동과 독단은 미국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의 통상 정책, 관세 정책, 외교 정책, 안보 전략은 곧바로 세계 금융시장과 공급망, 동맹 질서, 투자 심리에 파급된다. 최근 세계 유가와 주가의 변동이 이를 방증한다.

베트남 역시 대표적인 피해국

그 피해는 경제 성장기에 진입한 베트남에서도 크게 나타난다. 베트남은 미국의 교역 상대국 가운데 가장 큰 흑자국 중 하나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지속적인 관세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베트남은 미·중 갈등 속에서 생산기지 이전의 수혜를 본 나라로 자주 거론되면서 이제는 트럼프식 보호무역의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 기업들은 베트남으로 이동하고,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커지면 다시 베트남이 압박받는다. 이 구조는 베트남 경제에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다. 베트남에 생산거점을 둔 한국 기업들 역시 영향을 받는다. 원산지 규정, 대미 수출 비용, 중국산 중간재 조달 구조, 앞으로의 투자 판단까지 모두 불확실해진다.

이처럼 트럼프가 계속 권력을 휘두르는 한, 베트남 같은 수출 의존국은 통상 압박에 시달리고, 그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비용과 리스크를 떠안는다. 공급망은 다시 흔들리고, 투자 판단은 보수적으로 바뀌며, 세계 경제는 한층 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미국 중간선거, 11월 3일

그래서 지금 세계의 시선은 트럼프의 권력을 제도적으로 감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에 쏠리고 있다. 바로 미국 중간선거다. 오는 11월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 35석이 선거 대상이다. 물론 이 선거 결과가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즉시 끌어내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원이나 상원 가운데 한 곳만이라도 야당이 차지하면, 지금과 같은 일방적 통치는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 예산, 조사, 청문회, 입법 주도권을 둘러싸고 백악관은 훨씬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다만 중간선거가 치러진다고 해서 그날 바로 트럼프의 권력이 법적으로 꺾이는 것은 아니다. 그 선거로 새롭게 구성되는 의회는 2027년 1월 3일 출범한다.

그럼에도 선거 직후에는 제도적 효력에 앞서 정치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만약 트럼프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하원이나 상원 가운데 한 곳이라도 내주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백악관의 위세는 약화될 수 있다. 트럼프가 사실상 레임덕의 초입에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와 조사, 예산 견제, 입법 주도권 같은 의회의 실질적 제동 장치는 새 의회가 출범하는 2027년 1월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작동한다.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도 이어질 후유증

미국 중간선거는 정권 교체는 아니더라도 견제가 복원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선거 결과가 현재의 전망과 달리 예상 밖으로 나올 우려도 있고, 레임덕에 몰린 트럼프가 또 어떤 식으로 총과 칼을 앞세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여전히 행정권을 활용할 수 있고, 외교·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상상하지 못한 다른 일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세계 무대에서 보인 일련의 행동으로 인해 그의 조속한 퇴장을 바라는 목소리는 적지 않다. 미국 내에서도 ‘왕은 없다’는 시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괴물’ 트럼프의 레임덕을 바란다는 것은 특정 정파의 소망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 민주주의가 최소한의 자기 치유를 하기를 바라는 일이다. 마치 한국이 ‘윤석열’을 마침내 파면하고 감옥으로 내몰았듯이 말이다.

윤석열이 한국에 남긴 상처와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의 경우 그 후유증은 훨씬 넓고 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희망은 제도가 다시 그를 묶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 관문이 11월 중간선거라면, 세계가 그 전환점을 고대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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