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이끄는 대통령이라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또 국민을 위해 못 할 일이 없다. 적어도 부여된 임무와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대통령이라면 말이다. 그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는 얼마 전 제멋대로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그 괴물’에게 왕관까지 만들어 바쳤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지금 대한민국은 ‘불타는 증시’를 거의 매일 경험하고 있다. 한국의 시장 가치가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제라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는 아슬아슬한 국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살얼음을 걷는 듯 조심스럽고 위험하기 그지없다.
베트남도 두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한국만큼이나 중요하고, 또 어려워 보인다.
베트남은 ‘중국에서 (부품·소재·장비를) 사서 미국에 (완제품을) 파는 모델’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가 심화될수록 미국의 관세·규제 프레임에서는 ‘중국 우회(환적) 리스크’와 ‘무역흑자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베트남 입장에서는 성장과 산업화의 현실적 경로인 중국과의 단절을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 FDI ‘건수’ 급증, 수입 의존도 증가
최근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중소형 프로젝트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지난해 베트남의 신규 FDI 프로젝트는 4,054건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는데, 중국이 1,275건으로 선두였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서 나타난 ‘차이나 플러스 원’ 현상이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다수의 공장이나 공정, 또는 협력사 단위로 쪼개져 베트남에 진입하면서 베트남 산업 생태계 속으로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무역에서도 중국은 베트남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2025년 베트남의 교역 규모는 9,300억 달러를 넘었는데, 특히 수입이 크게 늘었다.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입처로, 2025년 총수입에서 중국 비중이 40%에 이른다.
베트남 제조업의 경쟁력은 상당 부분 중국산 중간재·부품·기계장비 조달에 기대고 있다. 이러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미국 입장에서는 ‘베트남산에 얼마나 많은 중국산이 포함돼 있나’라는 질문을 더 자주, 더 강하게 던질 근거가 된다.
또 럼(Tô Lâm) 공산당 서기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을 만나 ‘관계 유지’의 모멘텀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베트남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공급망이 움직인다면 미국의 관세·규제 프레임에서는 리스크 요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변수가 베트남의 발목을 잡다
중국 변수의 본질은 베트남의 성장 모델이 미·중 충돌 구도 속에서 취약해지는 지점이 어디냐의 문제다. 현실적인 위험은 크게 네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중국+베트남’ 결합은 미국의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다. 베트남은 ‘차이나 플러스 원’의 최대 수혜국으로 언급되지만, 그 성공이 커질수록 미국의 시각에서는 ‘베트남이 중국 공급망을 흡수하며 우회수출의 플랫폼이 된다’는 의심이 커진다. 특히 중국 FDI가 급증하고, 중국산 중간재 의존이 높아지는 흐름은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둘째, 대중 무역적자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베트남이 중국에서 대규모로 수입하는 것은 상당 부분이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심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와 다변화 속도를 제한하게 된다. 특히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베트남 제조업이 받는 타격이 커지게 된다.
셋째, 중국과의 인프라 연결 강화는 의존도를 고착화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인프라 연결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과 하노이·하이퐁을 잇는 철도 연결 프로젝트가 있다. 이는 물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산 중간재·장비의 유입을 더 쉽게 만들어 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넷째, 미국과의 기술 협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베트남은 미국과 첨단기술 협력을 확대하려 하지만, 중국과의 공급망 결합이 심화될수록 이는 요원한 일이 될 공산이 크다. 비록 수출통제 리스트를 조정하는 식의 단편적 해결이 이뤄지더라도, 근본적으로는 신뢰 축적이 선행돼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한국은?
베트남의 중국 의존도는 단기간에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중국의 ‘인해전술’식 투자가 기존 생태계를 헤집어 놓고 인력 유출, 시장 교란 등의 문제를 야기하면서 특히 북부 제조 분야의 한국 기업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 시장에서는 아시아 전반에서의 수입 비중이 줄고 중국산 유입이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하다. 한국산은 그나마 K-뷰티 제품만 수입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자칫 산업 기반도 잃고, 시장도 놓치는 지금의 흐름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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