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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라운드 격랑 속 또 럼·이재명의 첫 만남에 거는 기대

이재명 신정부가 2025년 6월 4일 출범한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해외 정상은 베트남 또 럼(Tô Lâm) 공산당 서기장으로 기록됐다.

또 럼 당 서기장은 10일부터 13일까지 방한해 한국과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며, 최근 요동치는 국제 무역 질서 속에서 동반 성장할 기회를 모색한다. 이번 방한은 2024년 8월 취임 후 처음이다.

‘사돈의 나라’ 베트남

이 대통령은 또 럼 당 서기장의 방한에 앞서 베트남 미디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베트남은 사돈의 나라’라며, 양국 관계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다. 양국은 1992년 12월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후, 2022년에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끌어올렸다. 베트남에 한국은 최대 투자국 중 하나이며, 두 번째로 큰 관광객 유입국이자 공적개발원조(ODA) 제공국이다. 또한, 세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자, 노동력 수출 시장이다. 2024년 양국 간 교역액은 815억 달러(약 113조 원)에 달했다. 2024년 기준 한국에 거주하며 일하거나 공부하는 베트남 국적자는 약 32만 명으로, 2023년보다 5만 명 증가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1만 곳에 달한다. 삼성, 효성, LG 등 대기업들은 베트남을 주요 제조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들의 하청 업체들도 줄지어 진출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차이나플러스 원’ 또는 중국 대안 전략으로 베트남이 활용됐다.

풀어 놓을 보따리는 무엇?

양국 정상 간 큰 틀의 논의와 상호 풀어 놓을 보따리는 대략 윤곽이 드러난다. 지난달 말 대통령 특사단이 베트남을 방문해 한국 측 관심사를 전달했는데, 여기에는 베트남이 추진하는 원자력 발전, 남북 고속철도 건설 등 국책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포함됐다.

당시 또 럼 당 서기장은 한국과의 협력을 기존의 교역‧투자 등에 더해 과학기술, 문화,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로 확대, 발전시키자고 언급했다.

그러나 더 당장의 과제는 ‘한국의 이탈’을 막는 것이다. 베트남은 외국인직접투자(FDI) 상위 국가인 한국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상호 관세율에서 베트남이 20%로 한국(15%)보다 높아지고, ‘차이나플러스 원’ 전략의 가치가 약화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탈(脫) 베트남’ 움직임을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한다.

현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력 분야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이 꼽힌다. (관련 내용: ‘한국 기업을 위한 베트남 산업단지·기성공장 가이드북’, 2025. 8.) 베트남이 사활을 걸고 도약을 꿈꾸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분야는 한국에도 중대한 과제이자 기회다. 양국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한국이 미국에 조선업 협력 모델로 제안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처럼,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할 미래형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묘수는 있을까 … 트럼프 퇴임까지 1,259일 남아

전 세계가 ‘도널드 트럼프’라는 특이한 인물로 인해 격랑에 휩싸여 있다. 트럼프는 세계 최강국의 힘을 앞세워 ‘관세 폭탄’을 퍼붓고,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라는 새로운 무역 질서를 선언했다.

대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베트남은 그 대표적 표적이 됐다. 이미 시장 개방을 압박당했고, ‘투자라는 이름의 사실상 ‘조공’을 강요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국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위기의 베트남’에 전문가 그룹이 가장 먼저 제시하는 해법은 ‘시장 다각화’다. 베트남은 이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전 세계 35억 명 인구에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당장의 격랑을 헤쳐 나가면서 중장기 해법을 동시에 모색할 필요성이 크다.

‘글로벌 경제 깡패 국가’로 전락한 미국이 정상화가 될 시점은 여전히 멀다. 8월 10일 기준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일까지 정확히 1,259일이 남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묘수가 나오지는 않더라도, 실질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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