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강력한’ 또 럼(Tô Lâm) 체제로 바뀌었다.
또 럼은 7일 국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선출되면서 공산당 서기장을 동시에 맡아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앞으로 정책 결정 방식과 시장 환경의 성격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공안에서 권력 핵심으로
또 럼이 걸어온 길은 전형적인 ‘경제 관료형 지도자’와는 사뭇 다르다. 그는 공안 출신이다. 1981년 베트남 공산당에 입당한 이후, 또 럼은 오랜 기간 공안 조직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0년 공안부 차관에 임명되며 중앙 권력 구조에 진입했고, 2016년 공안부 장관에 올라 베트남 내부 권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에서 공안부는 단순한 치안 조직이 아니라 정치 안정과 체제 유지, 고위층 감찰 기능까지 수행하는 강력한 기관이다.
또 럼은 공안부에서 당 내부의 신뢰를 축적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그는 반부패 드라이브 국면에서 존재감을 강화했다. 베트남은 최근 수년간 고위 공직자와 국영기업 인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반부패 조사를 진행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공안 시스템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또 럼은 이 과정에서 권력 구조 재편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또 럼은 2024년 5월 국가주석에 선출된 데 이어, 8월에는 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장에 올라 베트남 최고 권력자로 자리 잡았다. 이후 2026년 1월 서기장 재선, 4월 국가주석 재선까지 이어지면서 당과 국가 권력을 동시에 장악하게 됐다.

집단지도 체제에서 ‘집중형 리더십’으로
베트남 정치 시스템은 오랫동안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해 왔다. 당 서기장,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이 권한을 나눠 상호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또 럼이 당 서기장과 국가주석을 겸직하면서 이러한 균형은 이제 무너졌다. 당과 국가의 최고 직책이 한 인물에게 집중되면서 정책 방향 설정과 집행의 중심축이 한 사람에게 옮겨가게 된 것이다.
한편 지금의 변화는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정책의 일관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앞으로는 ‘최상위 정책 방향’을 제대로 간파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
한국 기업에 주는 신호: 속도
우선 정책 추진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그동안 승인 절차, 부처 간 조율, 중앙과 지방 간 해석 차이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럼 체제에서는 이러한 병목이 일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권력 집중은 ‘신속한 결정’뿐 아니라 결정 이후의 실행력까지 포함한다. 정책 방향이 명확해질수록 하위 행정 조직의 해석 여지도 줄어든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이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투자 검토부터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불확실성이 감소할 수 있다. 다만 반대로 정책 방향을 잘못 읽을 경우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신호: 정책 메시지의 일원화
또 럼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정책 해석의 기준이 단순해진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동일한 정책이라도 중앙정부, 지방정부, 산업단지 운영자, 각 부처 간 메시지가 다르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혼선을 유발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권력이 집중되면 최고 지도부의 방향성이 곧 정책의 기준점이 된다. 이는 정보의 양보다 ‘핵심 메시지’를 해독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베트남의 정책 방향을 제대로 읽으면 기회를 선점할 수 있지만, 방향을 잘못 해석하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세 번째 신호: 대외 경제 전략의 안정성
권력 집중이 항상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은 오히려 기존 성장 전략을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유지해 왔고, 미국·중국·한국·일본 간 균형 외교를 통해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만들어 왔다.
또 럼 체제에서도 이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여전히 베트남의 핵심 투자 파트너이며, 전자·제조·유통·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깊이 연결돼 있다. 다만 투자 유치의 ‘질’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기술 수준, 공급망 기여도, 산업 연계성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명확하지만 어려워진 선택
또 럼 체제는 베트남을 보다 예측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꿔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더 선별적인 시장이 될 공산도 있다. 정책 방향은 명확해지고, 실행 속도는 빨라지지만, 그만큼 ‘선택받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기업에 베트남은 중요한 생산 거점이자 잠재력이 큰 시장이지만, 그 접근 방식은 달라져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강력한 ‘또 럼 체제’가 그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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