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음식은 어디를 향하는가.
접객 분야 전문 기업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아·태 지역에서 음식의 습관과 기호 변화를 탐구한 ‘음식의 미래 2026(The Future of Food 2026)’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는 음식의 세계를 바꾸는 주요 트렌드로 ▲전통적인 고급 요리에서 캐주얼 럭셔리로의 이동 ▲편안함을 중시한 메뉴 ▲몰입형 다이닝 체험 ▲지역 맛의 새로운 경의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소비자는 요리 자체만큼이나 스토리, 엔터테인먼트, 세련된 공간 디자인을 중시하는, 편히 쉴 수 있는 개인화된 음식 체험을 원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 ‘편안함’은 새로운 럭셔리
‘파인 캐주얼’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다이닝 스타일이 퍼지고 있다. 친숙한 요리에 고품질의 에센스를 더해,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캐비어를 곁들인 프라이드치킨이나 선택의 폭을 넓힌 일품 메뉴 등 싱가포르에서 도쿄까지 많은 셰프가 이러한 흐름을 따르고 있다. 고객이 ‘친숙함’을 요구하는 가운데, 셰프들은 파인다이닝의 기술과 창의성, 아름다운 담음새를 통해, 일상적인 인기 요리를 새로운 시각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기존의 풀코스 중심에서 신속하고 유연한 다이닝 체험으로 전환되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조사에 따르면, 아·태 지역 시설의 59%가 ‘게스트가 공식적인 식사보다 캐주얼한 스타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라고 답했다.

- 식사가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에
아시아 전역에서 식사는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어둠 속 다이닝이나 ‘식용 예술(Edible Art)’ 등, 미각뿐 아니라 시각·후각·촉각·청각까지 채워지는 체험이 요구된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식음료 부문 직원의 약 절반(48%)이 지난해에 비해 더 인터랙티브한 다이닝 체험을 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오마카세 코스나 테마성 공간 연출 등 레스토랑은 인터랙티브하거나 연극적인 요소를 도입해 몰입감 있는 오감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소매, 환대, 엔터테인먼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가운데, 음식은 개성과 창의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수단이 되고 있다.

- 현지 식재료 살린 요리
요리사들은 지역에 뿌리를 둔 재료를 자신의 요리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고 전통과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현지산은 물론, 자생 식물이나 잊힌 식재료를 적극 활용해 보다 깊이가 있는 진짜 ‘음식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이번 조사에서 85%의 시설이 현지 식재료나 지역 요리를 메뉴에 도입하고 있다고 밝혀, 계절감을 살리는 음식 체험에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 인공지능이 몰고 오는 새로운 변화
인공지능이 다양하게 도입되는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는 효율성뿐만 아니라 더 개인화된 다이닝 체험의 제공이 기대되고 있다. 실시간 피드백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메뉴 설계와 요리 조합, 가격 설정 최적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설문조사에서 76%의 시설이 예약관리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75%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레스토랑과 바 예약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환대의 본질인 ‘사람과의 연결’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 ‘3세대’ 아시아 요리사의 신풍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3세대’ 요리사들이 아시아 요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문화 앰배서더’로서 현대적인 조리 기술을 구사해 현지 재료와 마주하며 요리를 한층 세련되게 만든다. 단지 요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스타일로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창조적인 정신은 포장마차 문화에도 퍼져, ‘호커 플래너’라고 불리는 신세대 셰프들이 ‘락사(Laksa에 럭셔리, 사테(Satay)에 장난기’를 더하는 식으로 스트리트 푸드를 진화시키고 있다.

- 베트남은 지금…
베트남은 경제 호황을 타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번영 덕분에 고급 요리와 진보적인 미식 문화를 탐구하려는 젊은 부유층이 형성되고 있다.
2018년, 베테랑 셰프 피터 쿠엉 프랭클린(Peter Cuong Franklin)이 이끄는 퀸스(Quince)와 안안 사이공(Ănăn Saigon) 같은 혁신적 레스토랑의 개업은 베트남 외식 문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 이후로 이 흐름은 하노이의 지아(Gia Hanoi), T.U.N.G. 다이닝 등의 등장을 통해 더욱 확산됐다.

베트남은 2025년 6월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를 공식 도입해 181곳을 선정하며, 세계적 미식 여행지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 또한 싱가포르 출신 셰프 크리스 퐁(Chris Fong)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오리즈 사이공(Oryz Saigon)을 설립하는 등, 창의적인 셰프들의 유입도 베트남 외식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호찌민의 음식 평론가 데이비드 케이(David Kaye)는 “우리는 아직 방콕이나 싱가포르만큼의 수준이나 다양성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현지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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