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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베트남, 한국에겐 ‘남의 떡’인가

미국이 휘두르는 ‘광기 어린’ 관세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경제는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경제성장률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7.85%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베트남이 미국 관세 부담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유럽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 체감지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서인지 팜 민 찐(Pham Minh Chinh)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국회 연설에서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8%대로 예상하고, 내년에는 10%대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기껏해야 1% 안팎의 성장에 머무는 한국과는 다른 역동성이 엿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9%, 내년은 1.8%로 전망했다.

레드오션, 게다가 어려운 시장

그렇다면 고도 성장을 이어가는 베트남은 한국에게 어떤 시장인가. 이미 9,000여 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진출해 베트남 경제와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는 곳도 많아, 시장 성장에 따른 과실을 함께 나누는 곳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롭게 베트남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더 이상 미래를 걸고 투자할 도전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곳이 9,000여 곳에 달하니 새롭게 진입할 여지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보다는 굳이 ‘까다롭다’는 베트남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류’ 덕분에 미개척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엣비즈코리아가 최근 개최하려다 다음 기회로 미룬 베트남 진출 세미나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베트남 시장 진출·확장 전략 컨퍼런스’였는데, 사실 방점은 신규 진출에 찍혔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관심도는 매우 저조했고, 결국 행사를 치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23일 오송에서 개최된 ‘뷰티 박람회’에서 만난 한 화장품 관련 업체 대표는 “베트남 (뷰티) 시장은 레드오션”이라며 “한국 뷰티 업체들은 베트남 시장에 매력을 잃은 지 오래”라고 귀띔했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여력이 있으면 중동이나 아프리카로 향하는 추세라고도 덧붙였다.

주춤하는 베트남 뷰티 수출

이러한 뷰티 업계의 인식은 최근 수출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화장품 수출은 급증하고 있지만 베트남 수출은 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지난 17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K-화장품의 기세는 숫자로 증명된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15% 이상 늘어난 85억2000만 달러(약 12조2600억 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관세청은 지난해 처음으로 기록한 연간 100억 달러 수출 돌파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은 K-뷰티 수출 상위 5개국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 1~3분기 누적 베트남 수출액은 3억4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했다. 가장 큰 감소는 중국이었지만, 수출 1위였던 중국의 감소세가 2022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베트남의 수출 감소도 예사롭지 않다.

베트남 수출은 2023년 전년 대비 32%의 높은 성장을 보인 이후, 지난해는 6.5%로 둔화했고, 올해는 성장률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수출 시장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역대 가장 많은 199개국에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이미 205개국으로 역대 최다 국가 수를 경신했다. 그만큼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베트남은 어렵다, ‘꽌시’도 없고…

오송 뷰티 박람회에 앞서 킨텍스에서 개최된 뷰티 행사에서도 여러 뷰티 업체의 공통된 반응은 ‘왜 베트남을, 그것도 지금?’이었다. 베트남에 직접 진출하기에는 ‘베트남식 ‘꽌시(關係)”가 너무 부담스럽고, 현지 파트너가 요구하는 수수료 수준도 과도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지난해와 올해 베트남에서 열린 몇몇 뷰티 행사를 둘러봐도,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달 말 호찌민에서 열리는 ‘K-뷰티’ 박람회는 어떨 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어쨌든 비엣비즈코리아는 이달 말부터 내달 초까지 호찌민을 시작으로 하노이와 박닌을 돌며, 뷰티에서 식음료, 소매, 제조, 산업단지,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열기를 체감할 수 있는 박람회를 두루 살펴볼 예정이다.

세계가 한국, 경주를 찾을 때, 우리는 ‘까다로운 레드오션’ 베트남의 심장부로 향한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비엣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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