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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말’ 올라타고 AI-반도체 깃발 휘날리며…

2026년, ‘붉은 말의 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그렇듯 새해 시작부터 시선이 쏠리는 곳은 미국의 한 행사장이다. 1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26’이 그 주인공으로, 올 한 해 세계의 기술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올해 행사 주제가 ‘혁신가가 등장하다(Innovators Show Up)’인 만큼 전례 없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이 예고된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키워드는 ‘혁신의 밀도(innovation density)’다. 딥테크를 비롯해 학습자·소비자의 일상에 닿는 기술, 미래 산업을 가늠할 수 있는 솔루션을 대거 선보이며, CES가 상징하는 ‘혁신의 기준’을 다시 보여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어쨌든 그 혁신의 기저에는 인공지능이 깔려 있을 테고, 실질적 구동은 반도체가 담당할 것이 분명하다.

베트남, ‘AI-반도체’에 전력 질주

지난해 말, 베트남 정부는 말 그대로 부랴부랴 ‘국가 과학기술혁신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전략기술 개발에 즉각 나설 것을 표명했다.

베트남이 꼽은 전략기술 여섯 가지는 ① 베트남어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AI 기반 언어 기술, ② AI 카메라·영상 처리 기술, ③ 자율이동로봇(AMR), ④ 5G/5G 어드밴스드 통신 장비와 네트워크 기술, ⑤ 블록체인 플랫폼과 추적·인증·자산 토큰화 응용, ⑥ 무인항공기(UAV)다.

이번 기술 개발에서 핵심이 되는 영역은 AI와 반도체다. 지난해 정부가 줄곧 강조해 온 사항이며, 해가 바뀌기 전에 이를 더욱 구체화해 개발에 나설 것을 독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국가 전략기술 제품’ 개발을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기술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절박감에 있다. 베트남이 ‘값싼 하청’에서 ‘기술 주권에 기반한 부가가치 생산국’으로 전환할 시기라는 인식인 셈이다. 지금 당장 변화가 생기기 어렵더라도 앞으로 3년, 5년 후에는 달라진 모습이 가능하다는 기대와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면에 나서는 베트남 기업들

정부의 정책 기조에 화답하듯 베트남의 대표적인 정보기술 기업들이 연이어 ‘기술 프론티어’를 자처하고 나섰다.

먼저 CT그룹이다. 지난해 ‘드론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한국’에 5000대의 무인항공기를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주인공이다.

CT그룹은 지난해 12월 29일 하노이 호안끼엠 오페라하우스에서 정부·학계·기업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UAV 기술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CT그룹은 UAV 핵심 기술을 대부분 확보했다고 내세웠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전자·반도체 기술과 AI·소프트웨어 기술은 95%의 자립도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호찌민 인근의 떠이닌성에 ‘기술도시(Technology City)’를 조성하는 한편, 600개 이상의 첨단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저고도 경제(Low Altitude Economy)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고도 경제는 지상에서 수백~1000m 이하의 저고도 공역을 활용해 창출되는 모든 산업·서비스·인프라 활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수단은 UAV, 즉 드론이다.

정보기술 대표 주자 FPT는 자체 개발한 칩셋의 수출 성과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FPT는 지난해 12월 31일 일본의 한 전자회사에 전력 칩을 공식 인도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기업이 일본 시장에 상용 반도체 칩을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서 수개월에 걸친 최적화 작업을 통해 전기적 특성 분석, JEDEC 신뢰성 평가, 실제 장치 검증 등 종합 평가를 통과했을 뿐 아니라 일본의 엄격한 산업 등급 안전 요건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FPT는 더 나아가 내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자사가 설계한 칩 1000만 개를 공급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인공지능이 더 스마트하게 만들리라

시장의 흐름이 크게 바뀔 때 그 물결을 먼저 올라타느냐 관망하면서 조심스럽게 추정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가 확연하게 갈리는 것은 비단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국가도 어떻게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경제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I와 반도체를 전략 기술로 삼고 매진하겠다는 뜻을 보이는 베트남의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제 세계의 시선은 1월 19일부터 25일까지 7일간 열리는 ‘2026년 베트남 공산당 제14차 전국대표대회’로 향한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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