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 허브로 재도약하는 베트남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은 이제 단순한 저비용 생산기지의 이미지를 벗고 하이테크 제조·디지털 전환·친환경 전환·규제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복합적인 전환기로 접어들면서 기업 환경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리즈완 칸(Rizwan Khan) 어클라임 베트남(Acclime Vietnam) 매니징 파트너는 14일 호찌민에서 열린 ‘스마트 제조 연결(Smart Manufacturing Connect)’ 행사에서, 베트남 제조 생태계가 ‘역동성과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미국 관세에도 8%대 성장… ‘베트남은 여전히 승자’
올해 4월 미국이 관세를 높게 부과하면서 어느 정도 충격이 예고됐지만, 베트남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8%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력을 보였다. 제조업과 수출이 함께 뛰어오르며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입도 뛰어난 회복력을 보였다.
베트남의 제조 수출은 ▲컴퓨터·전자 ▲전화기·부품 ▲기계류 ▲섬유·봉제 ▲신발류 등이 이끌었다. 즉, ‘저가·대량 생산’과 ‘고부가·소량 생산’ 구조가 공존하는 가운데 고부가 제조로의 이동이 뚜렷해지고 있다. 레고(LEGO)를 포함한 서구 소비재 기업까지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면서,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승자’로서 베트남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제조 방식의 변화… ‘디지털 트윈·AI 기반 공정 최적화’ 부상
베트남의 기존 제조업이 설비 중심의 ‘물리적 공정’에 머물렀다면, 이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예측관리, 인공지능 기반 공정 최적화가 자연스럽게 도입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리즈완 칸 매니징 파트너는 “베트남 기업도 결국 ‘기술 기반 생산성’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며 “디지털 기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제조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환기의 베트남 제조업에는 새로운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첫째, ESG·환경 규제의 강화다. 예를 들어, 하노이의 전기 오토바이 전환 정책, 전기버스 도입 등 친환경 정책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둘째, 지정학적 불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남아시아 긴장, 홍해 물류 경로의 불안정 등은 기업 공급망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다.
셋째, 에너지·공급망 문제다. 전력 공급 안정성과 중국 원자재·부품 의존도 역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베트남, 규제 현대화의 속도전
베트남 정부는 하이테크·디지털 경제 중심의 국가 전략에 맞춰 세제·투자·데이터·노동·산업·디지털 규제 전반을 동시에 손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행정의 전면 확산 ▲법인세 인센티브 강화 ▲실질소유자 제도 도입 ▲개인정보보호법 강화 등이 있다.
‘세금 경쟁’ 시대 종료… ‘입지·비용·기술이 승패 가른다”’
글로벌 최저한세(15%)가 적용되면서 베트남의 대표적 장점이던 법인세 절감 효과는 제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스마트·친환경 산업단지로의 이전 ▲자동화·AI 기반 생산성 향상 ▲전력·물류·입지의 최적화 등 비(非)세제 요인 중심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리즈완 칸 매니징 파트너는 “앞으로 베트남 투자 성공은 ‘어디서, 얼마에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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