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삼성그룹 산하 전자 계열사들에 힘입어 스마트폰 수출 대국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뿐 아니라 다른 전자기기의 생산 기반도 점차 견고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최근 발간한 ‘아세안(ASEAN) 주요국의 산업정책과 기업의 공급망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수출이 급증하면서 삼성을 중심으로 한 전자 산업이 호조를 보일 때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은 주력 수출 품목
베트남 최대의 수출 품목인 전기기기(HS85) 가운데 HS코드 4자리 기준으로는 전화기(HS8517)의 비중이 크다. 전화기 수출액은 2010년 21억 달러에서 2022년 약 785억 달러로 37배 확대돼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침체했지만, 베트남의 수출 기여도는 여전히 높았다.

전화기(HS8517) 중에서도 스마트폰 수출이 2010년 이후 확대를 이끌었다. 관련 부품 수출도 함께 증가했다. 스마트폰 수출 대상국은 2018년 이후 미국이 선두다. 미국은 2022년 베트남산 스마트폰의 19%를 수입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호주, 영국, 일본, 중국 등이 대표적 수입국이다. 스마트폰 부품 수출은 2017~2022년 중국 비중이 가장 컸는데, 중국의 스마트폰 조립을 위한 베트남산 부품 조달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 베트남 스마트폰 산업 이끌다…’이전설’에도 생산 지속
베트남의 스마트폰 수출 대부분은 삼성그룹이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2008년 북부 박닌성에 진출해 이듬해부터 휴대전화 생산을 시작했고, 2013년에는 북부 타이응우옌성에 제2공장을 가동했다. 2018~2019년 중국 스마트폰 공장 폐쇄 이후 생산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으며, 현재 삼성 스마트폰 생산의 50% 이상을 베트남이 담당한다.
코로나19 유행이나 미·베트남 간 상호 관세 적용 논의 등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 일부 일부 생산 시설 이전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은 여전히 베트남을 주력 수출 거점으로 삼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에서 배터리,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등 부품 생산도 병행하며 수직 계열화된 공급 체제를 갖췄다. 2차 협력업체 유치도 활발해 북부 지역에는 스마트폰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예를 들어 하나마이크론은 집적회로 기판, 와이솔(Wisol)은 RF 모듈(무선 통신 부품), 파트론은 안테나 부품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한편 2022년 12월 하노이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해 기술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수출 주역’ 스마트폰을 둘러싼 변수
스마트폰은 지금까지 베트남 수출을 이끌어 왔지만, 같은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지는 확실하지 않다. 우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23년 삼성 스마트폰 판매가 둔화하면서 베트남의 스마트폰 수출액도 크게 감소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리스크도 존재한다. 현재 스마트폰은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앞으로 베트남산 스마트폰에 관세가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은 베트남을 미국향 스마트폰의 핵심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어, 미국 통상정책과 세계 수요 변동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고려할 때 과거와 고성장세를 그대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베트남의 전자 산업 기반은 강화되는 추세다. 베트남은 스마트폰 부품의 수출 거점으로도 성장했고, 부품·집적회로·반도체 디바이스 수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LG이노텍은 베트남에서 카메라 모듈과 생체인증 센서 모듈을 생산해 아이폰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전자 산업 전반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스마트폰 이외 전자기기 제조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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