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4월 30일은 중요한 국가 기념일이다. 1975년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국가가 통일된 날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이날을 전쟁 종식과 국가 통일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념한다.
올해는 4월 26일 흥왕 기념일이 일요일과 겹치면서 27일 월요일이 대체휴일로 지정됐다. 여기에 4월 28일과 29일이 임시휴일로 추가 지정될 경우, 5월 1일 노동절까지 포함해 최대 9일간의 장기 연휴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정부 차원의 추가 임시휴일 지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민간기업은 내부 방침에 따라 28일과 29일을 휴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적 기념일을 앞둔 29일 저녁, 호찌민 시내 곳곳에는 통일기념일 분위기가 가득했다. 대표적 번화가인 레러이(Lê Lợi) 거리의 대형 전광판에도 관련 홍보물이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그러나 이 같은 기념 분위기와 별개로, 도심의 운영 질서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공공의식의 결여
저녁 시간대의 레러이 거리는 차량과 오토바이, 보행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극도로 혼잡했다.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에 보행자들이 길을 건너고 있던 중, 회전해 들어오던 택시 한 대가 외국인 관광객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사고 이후였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보행자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창문을 내리거나 사과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항의하고 동행자가 소리쳤지만, 운전자는 별다른 조치 없이 차량 흐름에 묻혀 이내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 장면에서 베트남 도시 성장의 구조적 빈틈을 떠올렸다면 과장일까. 베트남은 최근 수년간 공항, 항만, 고속도로, 산업단지, 신도시 등 물리적 인프라 확충에 강한 정책 역량을 투입해 왔다. 이는 제조업 투자 유치와 도시 확장, 물류 경쟁력 강화에 일정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하드웨어 중심의 성장 전략만으로는 도시와 국가의 수준을 담보하기 어렵다.

도로가 넓어지고 전광판이 커지고 빌딩이 높아져도, 교통질서와 시민 안전, 사고 대응, 보행자 보호 같은 기본 운영 체계가 따라오지 않으면 성장의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리적 인프라는 확장되고 있지만 그것을 움직이는 제도와 현장 규율, 시민의 책임감은 미흡한 것이다.
단속 강화로 해결되나
연휴를 앞두고 베트남 정부는 교통단속 강화를 지시했다.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되는 교통 위반을 집중 단속하고, 불법 레이싱과 집단 소란 행위도 즉시 차단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단속 강화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멈춰 서야 한다는 기본 책임, 보행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도시 교통의 원칙, 위반 행위는 제재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베트남 정부의 하드웨어 중심 성장 일변도 정책에는 분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인프라 투자는 빠르지만, 도시 운영의 표준화는 더디다. 산업단지와 신도시는 늘어나지만, 현장의 서비스 품질과 안전 규범은 일관되지 않다. 공항과 도로는 확충되지만, 교통문화와 법 집행의 신뢰도는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
해외 투자 유치와도 밀접
베트남이 다음 단계의 투자처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더 짓는 것’을 넘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제조업과 물류, 관광, 소비시장이 커질수록 외국인 투자자와 방문객은 도시의 외형보다 운영 안정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고 처리, 행정 대응, 교통질서, 공공서비스의 일관성은 모두 투자환경의 일부다.

4월 30일 통일기념일의 호찌민 도심은 베트남의 성취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국가적 기념일을 알리는 화려한 전광판과 빠르게 확장되는 도시 인프라는 베트남 성장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 아래에서 벌어진 작은 교통사고와 그 이후의 모습은 성장의 또 다른 현실을 보여 줬다.
베트남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 하드웨어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사회적 소프트웨어’에 있어 보인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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