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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247, 감자집, 그리고 파리크라상

얼마 전 처음 방문한 박닌은 그다지 깊은 인상이 남지 않았다. 매우 짧은 방문이었고, 거의 행사장 안에 머물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이렇게 그냥 스쳐 지나갈 곳이 아니었다. 박닌은 베트남 내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적표를 쥔 곳 가운데 하나다. 2025년 7월 행정구역이 통합된 이후 박닌의 경제 규모는 4,398조 동(약 246조 원)을 넘어 전국 5위다.

박닌은 미국 관세로 인한 베트남 경제 위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대표적 지역이다. 지역 내 총생산(GRDP) 성장률은 10%대이고, 산업생산지수(IPI)는 15% 상승했다. 무엇보다 박닌에 외국인 투자가 밀려들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 부문에서 전국 1위다. 올해 들어 262개의 신규 FDI 프로젝트가 허가됐고, 160여 개의 신규 국내 투자 프로젝트도 승인됐다.

신년에는 일정을 따로 내 박닌 산업단지를 둘러볼 요량이니, 그때 조금 더 살펴볼 생각이다.

박닌의 ‘GS 247’, 그리고 중국 업체의 ‘무모함’

다시 돌아가서, 박닌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 중 하나를 굳이 꼽자면 행사장 인근에서 본 ‘GS 247’이라는 편의점이다.

최근 호찌민에 이어 하노이까지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는 한국 편의점 프랜차이즈를 단박에 떠올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혹시, GS리테일이 확장 전략,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내놨을까 싶기도 했지만, 내부에 들어가 보고는 곧바로 ‘짝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노이에서 이달 초 열린 ‘비엣푸드 엑스포’ 전시회에서는 ‘중국의 무모함(?)’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중국 식품업체는 소위 ‘바다의 검은 반도체’라고 불리는 김부터 ‘감자집’이라는 스낵에 이르기까지 여러 제품을 한국산인 것처럼 포장해 전시장에서 부스를 차려 버젓이 내놓고 있었다.

근처의 다른 부스에 ‘김’을 들고 나온 한국 업체는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국산 식품이나 상품이 낮은 품질로 호도되고,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면서 결과적으로 판매 위축, 시장 축소, 군소 업체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지재권’ 숙제

이달 초 하노이에서 열린 ‘2025 아세안 K-푸드 페어’ 해외 수출 전략 세미나에서도 가장 강조한 대목 중 하나는 ‘지적재산권’이다.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의 권리 보장을 지원하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 호치민IP센터장은 주요 피해 분야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첫째, 화장품, 의류, 식품, 가전제품 등의 소비재와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상표권, 디자인권 침해 사례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둘째, 기술과 관련된 특허권 침해 사안도 있지만, 상표권 침해 건수만큼 많지는 않다.
셋째, 최근 한국 기업의 소비재와 프랜차이즈 관련 상표 무단 선점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파리크라상? 프랑스 ‘파리’에서 만드나?”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산하 국제지식재산연수원이 지난 20일 베트남 전문가를 초빙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지재권 관련 교육에서 한국 기업의 사례 하나가 소개됐다. 바로 파리크라상이다. 대리인을 통해 상표를 출원했는데,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우선 ‘파리(PARIS)’라는 문자 요소가 소비자로 하여금 원산지를 오해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문자는 보호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상표 출원인의 주소가 베트남이 아님에도 ‘파리(PARIS)’가 포함돼 원산지를 혼동시킨다는 것이었다.

다만, 출원인이 ‘파리(PARIS)’라는 문자가 제품의 원산지와 관련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이의신청은 결국 받아들여졌다.

상표 중 해당 문자가 상품과 서비스의 지리적 원산지를 나타내는 의미가 없으며, 단지 프랑스에서 영감을 받은 각종 베이커리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뿐, 프랑스에서 실제로 생산된 제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논리였다.

또한 파리크라상 체인점에서 제공되는 상품은 즉석에서 제조되는 신선한 제품으로, 유통기한이 매우 짧은 특성 때문에 소비자는 당연히 출원 상표가 표시된 제품이 프랑스에서 생산된 것이 아님을 명확히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스스로 방어하라

베트남에서 지재권을 확보하고, 스스로 보호하며, 시장까지 개척해야 하는 기업들의 수고로움이 끝도 없다.

지재권 전문가들은 그래도 ‘출원부터 하라’는 말은 재삼 강조한다. 혹시 놓친 게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정부도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 수와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해, 지금처럼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 기업의 지적재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원 조직과 인력 규모부터 늘릴 필요가 있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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