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이 골치를 앓고 있는 지적재산권 문제.
이는 한국 제품의 선호도가와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은 2년 전부터 베트남에 지원 센터를 설립해, 현지에서 국내 기업의 지재권 보호 업무를 돕기 시작했다. ‘호치민 IP 센터’를 통해 권리 보호와 분쟁 대응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주 전문 인원은 고작 두 명에 불과하고, 베트남뿐 아니라 뉴질랜드, 싱가포르, 필리핀, 호주까지 관할하고 있어 베트남에만 집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 수는 이미 1만 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지에 거점을 두지 않았더라도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활발히 거래하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
취약한 지재권 보호의 구조적 문제
무분별한 지재권 침해 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베트남 정부의 느슨한 단속, 가벼운 처벌, 느린 행정절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센터는 지난해 7월, 한국 기업의 상표 출원과 이의·무효 주장 지연과 관련한 사례들을 모아 베트남 당국에 전달했다. 이 가운데에는 상표 출원 후 4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례부터, 베트남 내 위조상품 유통이 확인되어 출원 결과 확인이 시급한 사례까지 포함됐다. 그 결과 같은 해 11월, 불과 4개월 만에 전체 44건 중 29건이 종결되었다. 센터 측은 이를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35%는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 소속 국내시장관리개발국에 따르면, 위조 상품 단속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2021년 총 4,571건을 점검해 4,058건을 조치했으며, 2022년에는 7,772건을 점검해 6,900건을 조치했다. 이어 2023년에는 9,676건 점검(9,246건 조치)했고, 지난해에는 1만 3384건의 점검해 모두 조치했다고 한다. 이처럼 해마다 점검과 조치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위조 상품 단속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낮은 과태료가 위조 상품을 근절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 조치된 4,058건에 부과된 총 과태료는 약 25억 원 수준이고, 지난해 1만 3384건에 부과된 총 과태로는 89억 원이었다. 단순 평균 금액으로 보면, 2021년 건당 61만 원, 2024년은 66만 원 수준이다. 판매상 입장에서는 과태료를 내더라도 위조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여전히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위조 상품 거래의 온상으로 꼽히는 호찌민의 한 쇼핑센터와 다낭의 ‘한시장’을 둘러본 결과, 한국의 ‘짝퉁 거래 거점’으로 알려진 남대문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다.
배트남, 지재권 전담 법원 설치 등 개선 노력
다행스러운 점은 그래도 상황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식재산 분야를 전문으로 검사하는 베트남 지식재산권국이 집행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각 유관 부처 간 협력 체제도 공고해지고 있다. 특히 사법 메커니즘을 통한 분쟁 해결 전문화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 시행된 법원조직법에 따라 ‘지식재산권 전담 법원’이 설치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식재산권자의 합법적 권익 보호가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베트남 측은 강조했다.
한국 기업이 당장 취해야 할 조치와 관련해, 베트남 국내시장관리개발국은 “베트남은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니, 서둘러 출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트남 내 지재권 보호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한 변리사 역시 “선출원주의 제도를 채택한 베트남에서는 조기 출원과 모니터링이 필수”라며 “증거 수집과 현지 협력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가 빈번해지고 문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응에 나섰다. 관세청은 베트남에 ‘지식재산권 보호 정보관’을 신설해 파견하기로 했다. 비록 이들이 지재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상징적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 스스로 권리를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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