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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율 증가 수준과 미국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 출처: ANZ, 2025. 12.

“베트남 경제, 관세 우려 털고 내년도 순항,” ANZ

베트남 경제가 미국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올해의 성장세를 내년에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쿤 고(Khoon Goh) ANZ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는 주베트남 호주상공회의소가 12일 개최한 웨비나에서 베트남 거시경제 현황을 소개하며, 베트남이 고부가가치 수출품목으로 전환하면서 상대적으로 관세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었고 내년 역시 불확실성 해소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발표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 편집자 주

베트남이 올해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4월 미국 관세가 처음 발표됐을 때만 해도 베트남 경제 전망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권 가운데 하나이며, 미국 시장 의존도 역시 크기 때문이다. 만약 베트남이 미국으로부터 ‘가혹할 정도’의 관세를 부과받았다면, 성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은 미국과 중요한 관세 프레임워크에 합의하며 불확실성을 거둬냈다. 이는 베트남이 지속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또한 앞으로도 강한 수출 성과를 이어갈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베트남의 3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8.2%로 집계됐다. 2025년 전체로는 약 7.8%의 성장률을 전망한다. 2026년은 7% 수준으로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는 올해의 수출 강세가 내년에도 반복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7%대 성장률 역시 매우 높은 성과다.

베트남의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다소 변동성을 보이지만 전반적으로는 상승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다. ANZ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금융여건지수는 성장 성과를 가늠하는 척도인데, 최근 몇 개월을 보면 전반적인 환경이 성장에 매우 우호적이라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핵심적인 긍정 포인트다.

베트남 전자제품 수출, 급격히 늘어

최근 아세안 지역에서 전자제품 수출과 비전자제품 수출 간의 분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베트남의 수출에서도 매우 분명하게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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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주요 수출품목 비중 변화(2010 vs. 2024) | 출처: ANZ, 2025. 12.

베트남의 2010년 기준 주요 수출 품목은 섬유·의류, 신발류였다. 그러나 2024년에는 컴퓨터와 부품,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과 더 높은 부가가치의 제품들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섬유·의류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상대적 중요도는 낮아졌다. 베트남의 수출은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관세 부담을 안지만, 더 높은 부가가치와 더 높은 마진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면 관세를 감내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반면 전통적인 섬유·의류·신발 산업은 대체로 마진이 적고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에, 관세가 붙으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베트남은 지난 몇 년간 임금 상승 폭이 컸기 때문에, 과거에 강점이었던 전통적 섬유·의류 산업 경쟁력은 점점 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은 앞으로도 컴퓨터와 부품, 그리고 인공지능에 관련 산업 부문에서는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나머지 부문은 둔화되거나 보다 완만한 성장세에 그칠 수 있다.

베트남의 외국인직접투자(FDI) 흐름을 보면, 매우 강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베트남의 높은 매력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 내 외국계 vs. 현지 기업 격차 존재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베트남 내부에서 수출과 관련해 외국계 기업과 현지 기업 간 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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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수출에서 외국계 기업과 현지 기업의 격차 | 출처: ANZ, 2025. 12.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해 주로 수출을 위해 생산 거점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수출 성장 대부분은 사실상 외국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 현지 기업들의 수출은 정체되기 시작했거나, 심지어 감소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베트남의 수출이 계속 강세를 보이고 FDI 유입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현지 기업들도 공급망의 일부로 참여하고, 베트남을 수출의 발판으로 삼아 함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문제다. 이는 베트남 현지 기업들이 외국계 기업들만큼 성과를 내는 데 걸림돌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 내 AI 활용에 거는 기대

최근 인공지능 관련 투자 붐이 일면서 아세안 지역의 전자기기 수출을 떠받치고,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AI는 활용 측면에서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다. AI의 명백한 위협 중 하나는 특히 초급 수준의 화이트칼라 일자리부터 점점 더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직업군, 혹은 노동력의 특정 부분에는 분명한 위협이 존재한다. 물론 AI는 기업의 생산성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도 갖췄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생산성 향상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는 어느 정도까지는 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그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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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의 경제 성장 동인 | 출처: ANZ, 2025. 12.

아시아 지역에서도 일부 국가는 인구 고령화가 시작되었거나 인구 증가율 둔화가 시작됐다. 그래서 핵심은 노동생산성을 유지하고 높이는 데 있다. 이것이 지속 가능하면서도 높은 GDP 성장률을 보장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10년을 보면 베트남은 매우 빠르게 성장했고, 이러한 성장의 대부분은 생산성 향상에 따른 것이었다. 인구 증가도 일부 기여했지만, 핵심은 노동생산성이 높아진 것이다. 만약 베트남이 AI를 계속 활용할 수 있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생산성을 높여갈 수 있다면, 베트남은 지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베트남 정부도 큰 규모의 야심찬 개혁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추진하기 시작했다. 인프라 투자를 계속 확대하는 한편, 베트남을 투자처로서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들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개혁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AI 도입은 베트남이 매우 유리한 위치에서 강한 경제 성장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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