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 정부들은 인공지능의 탐색 단계에서 벗어나 소버린 AI(Sovereign AI)의 체계적 실행 단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가 시장조사 업체 IDC에 의뢰한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버린 AI는 불과 1년 만에 정부 투자 우선순위 7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12월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한국 등 아·태 지역 8개 시장의 정부 정보기술(IT) 의사결정권자 3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따르면 아·태 지역 공공부문 리더들은 AI를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핵심적인 국가 디지털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태 정부, 실행 단계로 이동… 투자는 아직 미흡
아·태 지역 정부들은 이미 소버린 AI에 관한 개념적 논의 단계를 훨씬 넘어섰다.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46.1%가 소버린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3분의 1이 넘는 36.1%는 초기 개념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실행 움직임은 전략적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정부 리더의 4분의 3 이상인 76.9%는 소버린 AI 투자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중단에 대한 소속 기관의 회복력을 높인다는 데 동의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비율은 3.1%에 그쳤다. 반면 소버린 AI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1.7%에 불과했다.
아·태 지역 전반에서 정부들은 민감 데이터, 핵심 시스템, 규제 대상 업무 등에는 강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혁신과 확장을 위해 글로벌 기술 생태계를 계속 활용하는 ‘선택적 주권(selective sovereignty)’을 추구하고 있다. 온프레미스 인프라와 소버린 클라우드 환경을 결합하면서 더 넓은 생태계 접근성을 함께 확보하는 하이브리드 소버린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에이전틱 AI, 아·태 정부의 AI 도입 가속
아·태 지역 정부 리더들은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공공부문의 AI 도입을 가속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리더의 99%가 에이전틱 AI를 가속 요인으로 여기고 있으며, 36.9%는 에이전틱 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62.1%는 견고한 거버넌스와 감독 체계가 결합될 경우 그 잠재력에 강한 신뢰를 보였다. 불확실하다고 답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이는 아·태 지역이 에이전틱 AI에 대해 낙관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즉, 아·태 지역 정부들은 에이전틱 AI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대규모로 배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버넌스 기반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신뢰는 부분적으로 운영상의 필요성에서 비롯된다. 아·태 지역 정부 기관의 거의 10곳 중 9곳이 심각한 디지털 역량 부족을 보고하는 가운데, 에이전틱 AI는 복잡한 행정과 분석 업무를 자동화하고 정부 조직이 보유한 인력만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실질적인 인력 증폭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 인력 역량을 앞서는 속도가 세계 평균보다 빠른 지역에서, 자율형 AI 시스템은 목표와 실행 역량 사이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경로가 되는 셈이다.
소버린 AI는 차세대 AI 역량 도입을 가능하게 하는 신뢰 계층으로 점점 더 기능하고 있다. 에이전틱 AI와 생성형 AI 시스템이 국가 정책, 보안, 감사 가능성 프레임워크 안에서 작동하도록 보장함으로써, 정부는 필요한 통제 장치를 처음부터 갖춘 상태에서 오히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역량 부족, 아·태 지역의 가장 중요한 제약 요인
정부의 전략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아·태 지역 정부들은 파일럿에서 실제 운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제약할 수 있는 심각한 인력 병목에 직면해 있다. 거의 10곳 중 9곳의 기관이 디지털 역량 부족을 보고했으며, 절반 이상은 이러한 부족이 디지털 이니셔티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글로벌 평균인 66.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채용이 가장 어려운 직무는 소버린 AI 준비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AI 안전과 정렬 연구자 42.5%, 데이터 아키텍처·관리·분석 전문가 35%, 소버린 데이터 거버넌스 30%, 소버린 클라우드 아키텍처와 운영 전문가 25.3%, AI 정책과 거버넌스 전문가 25% 순으로 나타났다.
핵심 공공서비스가 투자 우선순위 견인
아·태 지역 정부들은 소버린 AI가 고위험·고영향 공공 영역에서 시민에게 가장 큰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사이버 회복력이 45.6%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으며, 사법과 공공안전 37.5%, 금융과 조세 37.5%, 공공의료 34.4%, 사회서비스와 복지 32.2%, 교육 31.7%, 인력 개발 31.1%가 뒤를 이었다.
투자 결정은 점점 더 정책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 리더의 절반 이상인 53.3%는 기술 투자 결정에서 국가안보와 주권 우선순위와의 정합성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으며, 기술 제공자의 보안 역량과 신뢰성이 52.5%로 뒤를 이었다. 상위 6개 의사결정 요인 가운데 4개는 주권 관련 고려사항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