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전력난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심각하다.
2024년 5월 베트남 당국은 폭스콘 등 북부 지역 제조업체에 전력 사용 감축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정부 관리들은 애플 공급업체인 폭스콘에 북부 조립공장의 전력 사용을 자발적으로 30%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2023년 발생한 전력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적 조치였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전력 불안이 운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전력난으로 인한 생산 손실 규모가 약 14억 달러(약 2조 1,200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왔다.
2023년 5~6월 북부 지역 전력난은 지금도 자주 회자된다. 폭염으로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박닌 등 북부 산업단지에서 순환 단전이 발생했고, 삼성, 폭스콘, 캐논 등이 위치한 제조 거점이 영향을 받았다. 당시 일부 산업단지는 수 시간 동안 단전을 겪었다. ‘글로벌 제조 허브’로서의 신뢰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물론이다.
올해라고 다를까. 2026년에도 전력 수급 압박은 이어지고 있다. 3월 31일 베트남 전력 시스템의 하루 전력 소비량은 10억kWh(킬로와트시)를 넘었고, 북부 지역 전력 수요 증가율은 약 12%로 가장 높았다는 소식이다. 5월에는 베트남전력공사(EVN)가 올해 최고 전력 소비량이 11억 kWh에 달했다고 밝히며 기업과 가정에 절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2025년 11월에는 2026년에 대비한 국가 전력 시스템 운영계획을 마련했고, 2026년 1월에는 전력 부족을 막기 위한 대책 회의도 열었다. ‘어떤 경우에도 전력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인데, 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돌파구로 부상
전력 문제를 해소할 돌파구 가운데 하나로 재생에너지를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직접전력구매계약(DPPA)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2025년 3월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대규모 전력 소비자 간 직접 전력거래를 규정한 시행령을 내놓은 바 있다. 민간 전력망 또는 국가 전력망을 통한 거래를 허용하고, 지붕형 태양광도 일정 조건에서 대규모 수요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력난 대응이 단순히 발전소를 더 짓는 방식에 그치지 않고, 산업단지나 대기업 수요자가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하는 시장 구조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흐름에서 특히 활발하게 움직이는 주체로는 산업단지를 들 수 있다. 전력 부족과 전력망 부담은 산업 성장의 제약 요인이지만, 동시에 재생에너지 시장을 키우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과거 재생에너지는 주로 친환경 이미지나 ESG 대응 차원에서 논의됐지만, 지금 베트남 산업단지에서 재생에너지는 점점 더 실무적이고 운영적인 문제로 바뀌고 있다. 전력망이 빠르게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과 산업단지는 보완 전원, 분산전원, 옥상 태양광, 스마트 그리드, DPPA 같은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롱탄국제공항 배후권에서 조성되는 차세대 산업 입지 가운데 하나인 동나이시 롱득 3 산업단지의 기공식은 2026년 4월 열렸다. 이곳이 특히 눈길을 끈 이유는 압축천연가스(CNG) 사용과 지붕형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도입 계획 때문이다. 동나이시의 기존 제조벨트, 예컨대 호나이 산업단지는 오랜 기간 남부 제조업을 지탱해 왔으나, 이제는 노후 인프라 문제도 함께 안고 있다. 이와 달리 롱득 3 산업단지는 저탄소 인프라와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미래형 산업단지를 지향하고 있다.
하이퐁에서는 시가 직접 나서 기존 전원 외에도 옥상 태양광, 가스 발전, 해상풍력, 폐기물 발전, 스마트 그리드 투자를 함께 검토하고 있다. 남딘부 산업단지에서는 700MWp(메가와트피크) 규모의 옥상 태양광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고, 딥씨(DEEP C) 산업단지는 20MWp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2.3 MW(메가와트) 풍력 터빈을 함께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딥씨는 태양광을 넘어 풍력, 폐기물 에너지화, 바이오매스, 그린수소까지 검토하고 있다.
제도 정비 등 과제도 산적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곧바로 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지, 전력난을 충분히 해소할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실제 산업 전력 수요를 의미 있게 보완하려면 법적 틀, 송전망, 전력 구매 제도, 저장장치, 계통 접속 기준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 산업단지별 태양광 프로젝트가 늘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적 전력 공급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DPPA 제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는 입주기업과 개발사가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금융, 전력시장 설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방향은 정해지고 있는 듯하다. 베트남 산업단지는 이제 전력 안정성과 저탄소 경쟁력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전력 부족은 산업 성장의 병목이지만, 동시에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는 촉매다.
전력 부족의 역설은 바로 ‘부족하기 때문에 바뀐다’는 것이다. 불안정하기 때문에 대안을 찾고, 그 중심에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산업단지가 있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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