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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찾아온 전기차 모멘텀

미국과 이스라엘이 촉발한 이란 전쟁이 2주 넘게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전 세계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폭등하고 자본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발 ‘관세 폭탄’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세계 경제는 또다시 크고 짙은 먹구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로 막혔던 원유 공급의 숨통이 트이고, 치솟는 국제유가 덕에 예상치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도 나온다. 세계를 불안하고 어지럽게 만든 ‘몬스터’의 식솔들은 이 틈에 졸지에 유망 비즈니스로 떠오른 ‘드론 사업’에 투자하거나, 철부지 같은 쇼핑과 이른바 ‘소셜미디어 과시’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쯤 되면 이 ‘괴물’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유가 폭등에 시장 혼란

국제유가 폭등은 곧바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주유소 가격 인상에 놀라 ‘기름값 상한제’를 도입했다.

베트남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시민의 발’인 오토바이 연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곳곳에서 사재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주유소 점검을 강화하고, 사재기나 부정 판매 등의 위반 행위를 신속히 적발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사재기에 나선 시민들을 상대로 가정에서 휘발유를 보관할 경우 화재나 폭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가솔린보다는 전기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의 볼모가 되면서, 치솟는 국제유가 속에 전기자동차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솔린이나 경유 대신 전기를 동력으로 삼기 때문이다.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베트남은 대표 전기차 제조업체인 빈패스트를 전략적으로 밀고 있어 더욱 그렇다. 빈패스트는 때맞춰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 필리핀 등지에서 특별 할인 프로모션을 전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의 시선은 전기차보다 전기 오토바이에 쏠린다. 베트남 정부는 대표적인 환경오염 유발 요인인 오토바이를 전환하는 일을 중대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추진의 명분은 더욱 강해졌고, 빈패스트는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점에 큰 이견은 없다.

정부 정책 드라이브에 힘 실려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이 곧바로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차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그 시기와 확산 폭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베트남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은 ‘기름값 리스크는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오토바이가 일상 이동의 중심인 베트남에서 이러한 인식 변화는 승용차보다 오토바이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유가 폭등은 전동화 정책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2050년까지 모든 교통수단을 전기 또는 녹색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장기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이번 유가 충격은 베트남 정부가 전동화를 ‘친환경’뿐 아니라 ‘생활비 절감’과 ‘국가 리스크 관리’의 문제로도 설명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베트남의 전동화 과제가 승용차보다 오토바이 전환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점에서, 유가 상승은 이미 정해 둔 전기 오토바이 전환 로드맵을 밀어붙일 정치적·사회적 명분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빈패스트에는 호재, 전환은 순조롭게 이뤄질까

빈패스트가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빈패스트는 2025년 베트남 내 차량 인도량이 약 17만 대로, 직전 연도에 비해 거의 두 배 늘었으며, 해외보다 베트남 내수시장이 성장의 핵심이다. 또 하노이의 내연기관 오토바이 제한 발표 이후 전기 스쿠터·전기자전거 판매가 급증했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에서 브랜드 인지도, 정책 수혜 가능성, 충전 인프라, 계열 모빌리티 수요를 모두 확보한 거의 유일한 사업자로, 전기 이륜차 전환이 빨라질수록 가장 먼저 수혜를 볼 후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과제도 여전하다. 전기 오토바이는 유지비가 낮더라도 초기 구매 비용이 높고, 배달·승차공유 종사자에게는 하루 운행 거리와 충전 시간, 주차·충전 접근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여기에 전기요금과 전력 시스템 문제도 만만치 않다. 전기차가 유가 상승의 대안이 되려면 전기가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해야 한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아직 ‘전기차가 기름값 상승의 확실한 대안’이라는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과제는 충전·배터리 교환 인프라의 밀도와 표준화 문제다. 특히 이륜차는 주거지·골목·상가·배달 동선에 맞는 소형 충전 설비와 교환형 배터리, 안전한 보관 인프라가 필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성과 규제의 품질이다.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 개조, 비표준 충전기, 저가 배터리 유통은 화재·폭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고, 베트남에서도 관련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대두된 ‘전기차 모멘트’가 베트남의 풍경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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