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이 또다시 ‘양해각서(MOU) 잔치’를 벌였다.
또 럼(Tô Lâm)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방한에 맞춰 12일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사진 찍기’ 열전이 펼쳐진 것이다. 이 자리에는 또 럼 당 서기장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자리해 무게감을 더했다.
이재명 정부 52건 vs. 윤석열 정부 111건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번 포럼을 계기로 체결된 MOU는 산업 협력, 에너지, 식품·관광 등 분야에서 총 52건이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사전에 베트남 기업과 ‘MOU 체결식을 진행할 기업’을 모집했다.
이번에 체결된 MOU 건수는 2023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베트남에 국빈 방문을 할 때, 양국 기업·정부 간 MOU 체결 건수가 111건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가동되지 않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탓에 사전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다.
베트남이나 우리나라 기업은 유독 MOU를 선호한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무언가 한다’는 제스처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으로서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넘쳐나는 크고 작은 MOU 중 실제 이행 사례가 어느 정도인지는 논쟁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 베트남 기업과 맺은 MOU 중 현재까지 실제 이행이 확인된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며, 대부분은 홍보용 체결에 그쳤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MOU는 전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나머지 상당수는 정체 상태이거나 이미 사장됐다.
특히 디지털·기술·서비스 분야에서는 진행 상태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가장 활발히 MOU가 체결되는 분야 중 하나는 정보기술 부문이며, 그 선두에는 ‘ MOU 생성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모 기관이 있다.
베트남 기업, 한국과 MOU는 글로벌 홍보 기회
그렇다고 MOU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MOU 이후 목표와 기대한 결과를 얻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이어지고, 그 성과가 시장과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번에 베트남 업체가 한국 기업과 맺은 MOU를 ‘베트남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큰 기대감을 보인 사례도 있다. 한국은 자체적으로 만들지 못하는 ‘드론’을 베트남이 자체 기술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MOU였다. (물론, 최종적으로 성사될지는 모를 일이다. MOU라서…)
베트남 기업들은 이번에 한국과 맺은 MOU를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홍보 전략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설령 한국 기업과의 MOU가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거점은 일본에 두면서, 한국에서는 ‘체리피킹 전략’을 취하는 베트남 정보기술 그룹 FPT가 대표적이다.
어쨌든, 한국과 베트남 기업이 남발하는 MOU 속에서도 실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실행 성과를 높이는 노력이 이어지길 응원한다.
이성주
Founding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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