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카가 끌고 기존 은행이 뒷받침하면서 쑥쑥 성장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대표적인 ‘커넥티드(connected) 국가’이다. 인터넷 보급률이 높고, 특히 젊은 디지털 인구가 많다. 전체 인구는 1억 명을 약간 넘었지만 휴대전화 이용자 수는 중복 이용자 등 덕분에 1억 2500만 명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을 지나면서 전자상거래가 확산하고 모바일 결제는 보편화되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금융은 빠르고 광범위하게 생활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새롭게 부상하는 거대 시장을 겨냥한 사업자의 경쟁도 치열하다. 베트남 디지털 금융 분야의 주요 사업자들을 살펴본다.
| 편집자 주
‘디지털 전환’은 베트남 전 산업 분야를 관통하는 최대 화두 중 하나이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적인 은행들은 시장의 빠른 변화와 신규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전례 없는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 은행들의 주력 상품은 기업 대출이었으나, 2015년 외국인 투자 제한 완화와 중산층 증가,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의 유입 등으로 B2C(Bank-to-Customer), 즉 소매 금융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지점 확대와 ATM 증설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개인화, 서비스형금융(Bank-as-a-Service, BaaS) 등의 트렌드와 함께 네오뱅크(Neo Bank), 디지털 은행 (Digital Bank) 등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환경을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촉진한 디지털 금융
다른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디지털 은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만, 이들 디지털 은행은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에 기존 은행과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디지털 은행은 티모(Timo), 케이크(Cake), 티넥스(TNEX) 등이 있다.
티모, 베트남 첫 디지털 은행 … 오프라인 지점도 운영
티모는 비엣캐피털뱅크(Viet Capital Bank)와 공동으로 2015년 처음으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선보였다.
티모는 초기에 디지털 은행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형 프랜차이즈인 세븐일레븐, 맥도날드 등과 협력하여 결제 서비스부터 제공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중 디지털 금융의 중요성과 가치가 부각되면서, 2022년에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선두 디지털 은행으로 입지를 다졌다.
티모를 비롯한 디지털 은행이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계좌 개설 증가, 기존 은행 지점의 축소, 소액금융(microfinance) 성장, 그리고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모바일 결제 시장 등을 들 수 있다.
티모는 디지털 은행이면서도 오프라인 지점을 두고 있다. 네 곳의 행아웃(Hang Out) 지점은 카페처럼 꾸며 기존 은행 지점과는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가입이나 대출 등 상담 업무를 수행한다.
티모는 소비자가 재정 상태를 완벽하게 관리하도록 돕고,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더 잘 이해하고 이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앞으로 베트남에서 독립형 디지털 뱅킹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이다.
케이크, 단기간에 이용자 100만 명 돌파
베트남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은행을 꼽을 때 케이크(Cake)를 빼놓을 수 없다. 케이크 디지털뱅킹(Cake Digital Banking)은 VP은행(VPBank)와 비그룹(Be Group Joint Stock Company)이 공동으로 개발한 베트남 디지털 금융 앱으로, 2021년 1월에 선보였다. 서비스 출시 이후, 불과 11개월만에 1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는 베트남 차량 공유 앱인 비(Be)의 결제 수단으로 다양한 할인과 프로모션을 제공한 덕분이다.
케이크(Cake)를 사용하면 소비자는 은행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 계좌 개설, 직불카드 발급, 전화번호를 통한 송금, 간편한 청구서 결제(전기세, 수도세, 인터넷 이용료, 휴대전화 비용, 아파트 관리비 등)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QR 코드 결제도 지원한다.
일반 은행과 동일하게 국영 결제 중계망 사업자인 NAPAS(National Payment Corporation of Vietnam)가 연결된 은행과 전국의 2만 1,000개 이상의 ATM에서 수수료 없이 돈을 인출할 수 있다. 특정 예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연 3.6% 이자를 지급한다.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와도 제휴를 맺고 있다.
케이크는 고객이 금융 서비스를 더 빠르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소매 디지털 금융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금융 앱’을 지향하고 있다.
2022년 7월, 아시안 뱅킹 & 파이낸스 소매 금융 어워드(Asian Banking & Finance Retail Banking Awards)에서 ‘올해의 코어 뱅킹 시스템 이니셔티브 상’을 수상했다.
금융소외 계층과 소상공인에 초점 맞춘 티넥스
2020년 12월 MSB 은행과 제휴를 맺고 디지털 전용 은행으로 출범한 티넥스는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1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티넥스의 최고경영자는 MSB 은행에서 디지털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를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내 금융 소외 인구 5,800만 명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였다. 티넥스는 MZ 세대를 겨냥해 게임, 메시징, 소셜미디어와 연동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티넥스는 또한 소상공인을 주요 잠재 고객으로 삼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베트남 기업의 85%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책임지고 있으며, 베트남 전체 고용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티넥스는 무엇보다 최신 기술을 경쟁 무기로 삼고 있다. 베트남 TNG 그룹 산하의 티넥스 디지털 파이낸셜 플랫폼 & 서비스(TNEX Digital Financial Platform & Service JSC)가 모태로,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의 오픈 뱅킹 플랫폼, 인공지능,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티넥스는 소액 금융과 고객 라이프사이클(음식, 교육, 여행, 엔터테인먼트, 건강, 패션 등)에 특화된 상품을 연계하는 서비스형금융(BaaS)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전통 은행들도 변화 잰걸음
디지털 금융 전문 사업자들이 빠른 속도로 고객을 확보하며 입지를 넓히면서, 전통 은행들도 이에 대응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24년부터 일반 은행의 지점 확대와 신규 은행의 설립이 제한되면서 주요 은행들은 디지털 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제삼자 기업과 협업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HD은행(HD Bank)과 항공사인 비엣젯항공(VietJet Air)이 디지털 은행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은행은 비엣젯항공의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다양한 디지털 금융 상품과 서비스형금융(BaaS)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김도연 대표 (테크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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